“왜 사직서도 안받는 거야”…‘비리 도가니’ 명신대

입력 2011-10-27 16:10


“학생들한테 준 시간제 학점 전부 취소하셨다는 거죠? 관련 서류 갖다 주실 거죠? 평생교육진흥원에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거죠?”(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

“취소 공문 보낸 적은 없고 내부적으로 명단만….”(명신대 교직원)

“명단은요? 아직 취합이 안 된 건가요?”(공무원)

“….”(교직원)

지난 24일, 전남 순천의 명신대학교 2층 취업센터실. 이날 현지 조사차 명신대에 파견된 교과부 공무원 6명은 교직원들을 하나 둘 불러들이고 있었다. 사실상 대학 퇴출을 앞둔 마지막 현장 점검. 명신대는 지난 4월 교과부 종합감사 때 교비 횡령과 학점 장사 등 비리가 쏟아져 나왔던 학교다. 세 차례 시정 요구에도 학교는 꿈쩍하지 않았고, 결국 폐쇄 계고(戒告)와 임원승인 취소 처분까지 내려졌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학교 측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서류도 없고, 도대체 이행된 게 한 건도 없구만.” 공무원은 혀를 끌끌 찼다.

한 여교수의 절규

“이제 (학교 운영을) 그만하자는 건가요? 이렇게까지 내가 물었어요.”

사직원을 제출한 한 여교수는 기자를 만나 학교 측이 회생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학교를 살려보겠다며 교과부에 찾아가 매달리기도 했다.

“읍소도 해봤어요. ‘여기 구성원이 45명이다, 다 식구가 달려 있다….’ 교과부 담당자가 그러더라고요. 당신, 가족(설립자 일가)도 아니잖아?”

학교 경영진이 꿈쩍 않는 상황에서 교수 한 명이 매달려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우선 당장 한 30억원만 교비로 채워 넣으면 되거든요. 아니면 한 해에 3억 원씩이라도 집어넣겠다, 노력하겠다는 것만 보여줘도 되는 거잖아요.”

그녀는 이날 총장을 만나겠다며 총장실에서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총장은 문을 잠근 채 그녀를 만나주지 않았고, 그녀는 “내 사직서를 왜 받지 않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동료 교수 2명과 함께 지난 11일 사직원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학교는 사직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말. “교수들이 다른 데 취직이 돼도 사직처리가 안 돼 못 가는 마당이에요. 여기가 이런 데에요.”

총장은 학교 사태와 관련한 입장 부분은 삭제하고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한다는 문구로만 쓰면 사직원을 받아들이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녀는 사직원을 다시 제출했다.

침묵하는 사람들

설립자 일가의 비리로 학교가 곧 문을 닫게 된 상황인데도 학교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그 흔한 대자보 한 장 붙어 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교정에서 마주친 학생이라고 해봐야 40여명. 학교 사태에 관해 묻자 대부분 “잘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다 본관 앞에 서 있던 1학년 남학생 5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학생회가 없네요.

“혹시나 안 좋은 상황이 되면 학생회가 구성될 거라는 얘길 듣긴 했는데…. 나섰다가 안 좋은 경우를 당할까봐…. 저희가 그게 두려운 거예요. 피해를 볼까봐.”

-피해요?

“밖에서 여러 말이 들려요. 너희 진짜 학점 못 받는다고. 교수님들은 수업 받으면 학점 취소되는 일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지만 불안한 거죠.”

-폐교 될 상황도 생각하고 있나요?

“학생은 피해가 없다고 하니까…. 정원 외로 다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대요.”

교수들도 움직임은 미미했다. 지난 4일 20여명의 교수들이 학교 사태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건만, 위원회에서 나온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심지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수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나를 만난 적도 없는 걸로 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다른 교수들도 쉬쉬하기는 마찬가지. 왜 그럴까.

“잘 되면 (학교에) 붙어 있어야 하고, 잘 안되면 다른 사립대로라도 옮겨가야 하는데 기존 학교에서 괜한 분란 일으켰다가 다른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어쩔 거예요.”

신원보증금 내고 임용되는 교수들

명신대 교수들은 모두 보증금을 내고 들어왔다. 이른바 ‘신원보증금’이란 명목으로 각자 8000만∼1억5000여만 원 씩 현금으로 입금한 뒤 채용됐다. 말 그대로 보증금이어서 퇴직할 땐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동안 그랬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교측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사직처리를 미루고 있다.

신원보증금이란 걸 왜 내는 걸까. 교수들은 그저 그 돈을 내야 채용이 되는 ‘통과의례’라고만 말했다.

보증금을 내고 들어온 교수가 학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월급뿐이다. 연구실 공간은 제공되지만 그 안에 필요한 살림살이는 전부 교수가 장만해야 한다. 냉장고, 책상, 소파, 컴퓨터, 정수기, 심지어 A4 용지에 시험지까지도 교수가 개인적으로 사서 쓴다. 학교가 어려워 진 뒤에는 교직원들도 교수들에게서 A4 용지를 빌려간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연구지원금은 언감생심이다. 교과부 대학정보공시 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명신대 교수 연구지원비는 ‘0원’이다. 그렇다면 월급은 충분한가.

“4년제 대학 졸업한 신입사원 임금 표준에도 못 미쳐요. 아주 형편없죠. 연봉 2000만 원 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다 투 잡(two jobs), 쓰리 잡(three jobs)이지.”

게다가 이 월급마저 해마다 줄어든다고 했다. 교수로 부임한 지 올해로 6년째인 A씨. 그는 첫 월급보다 지금 월급이 오히려 20만원 적다고 했다. “일반 교직원들은 월급이 훨씬 적어요. 70만원이라나. 2, 3개월을 못 버티고 자꾸 그만두더라고. 대학 교직원이 그렇게 빨리 그만두는 건 문제가 있잖아요? 그 돈으론 못 견딘다는 거야.”

비리의 ‘수준’

설립부터 비리였다. 1983년 전남 목포에 실업계 여고를 설립하고 교장을 지낸 이종필(82)씨. 그는 1999년 부인 박부덕(68·전 전남도의원)씨를 이사장으로 해 사학법인 신명학원을 설립하고 명신대를 세웠다. 그런데 이씨는 교육부에 대학 설립 인가를 신청하면서 수익용 기본 재산에 대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실업계 여고의 수익용 기본재산 28억원을 누락시키고, 그 중 14억원을 마치 명신대 재산인 것처럼 꾸며 인가를 받은 것. 1996년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교지(校地), 교사(校舍), 교원(敎員), 수익용 기본재단 등의 네 가지 기준만 충족되면 쉽게 인가가 나는 시절이었다.

이씨 부부는 대학 설립 인가가 난 즉시 허위 신고한 수익용 기본 재산을 이사회와 관할청 허가 없이 빼돌렸고, 그 돈을 메우기 위해 교비 12억원을 다시 횡령한 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4억원을 대출 받아 재산이 보전돼 있는 것처럼 꾸몄다.

아들과 딸, 조카를 각각 부총장, 기획실장, 총무처장으로 임명하고 일가는 본격적인 ‘횡령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보증금 교수 양산은 첫 사업이었다. 퇴직 시 돌려준다는 단서를 붙인 신원보증금. 해당 금액은 모조리 착복했다. 퇴직 교수들에게 실제 보증금을 돌려주긴 했지만, 모두 교비에서 빼돌린 것이었다.

학생들 등록금도 가족 호주머니에 넣었다. 2006년 1월∼2007년 8월까지 산학협력업체 직원으로 등록된 학생 478명으로부터 11억 여 원을 가로챘다. 관련 법률 상 산학협력업체 직원이 편입할 때 대학은 학생으로부터 등록금의 절반만 받아야 하는데, 학교는 전액을 수령해 그 중 절반을 챙겼다. 총무처장이던 조카 윤모씨는 급기야 등록금 전용 개인 계좌까지 개설해 돈을 빼돌렸다. 그는 신입생 등록금 등 6억3000만원을 계좌로 받아 3억4500만원을 횡령했다.

일가는 학교 재정을 ‘쌈짓돈’처럼 썼다. 이씨는 초대 총장 시절 교비 13억8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2010년 딸에게 총장 자리를 물려 준 뒤에는 생계비, 아파트 관리비, 심지어 도의원에 출마한 부인의 공천 헌금까지 총 2억6000여 만 원을 예산에서 끌어다 썼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일가를 ‘횡령 전문가’라 불렀다. 결국 설립자 이씨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와 별도로 딸, 조카와 함께 교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건이 있다.

학교는 엉터리 학점, 학위도 남발했다. 감사에서 발각된 시간제 등록생은 이른바 ‘공짜 학점’의 대표 사례다. 지난해 189개 교과목에서 2만2794명의 학생이 출석 기준에 미달됐지만 학교는 학점을 그냥 줬다. 교과부는 해당 학점 취소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재학생들에 대한 학점도 공짜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졸업생 평점 평균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91.92점을 기록,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점수를 잘 준 대학으로 꼽혔을 정도다.

불합격자가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2008년, 사회복지학과 편입학 불합격자를 정원미달인 다른 학과에 합격시켰다. 전과시키는 방법으로 뽑은 것. 그 인원이 무려 63명이다.

마지막 꼼수

벼랑 끝에서도 설립자 일가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다. 또 다시 재단을 설립해 ‘사학 비즈니스’를 계속해 나가려는 것이다. 일가 측 관계자는 전라남도교육청에 재단 분리 및 인가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신명학원 산하에 운영 중인 학교 중에서 명신대만 남기고 남녀공학인 목포성신고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단을 설립하는 수법으로 신명학원을 두 개로 쪼개는 방안이다.

교육청은 일단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인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수익용 기본 재산으로 새로운 신명학원 측이 확보해야 할 최소 자산은 4억6000여 만 원. 일가가 횡령 사실이 적발 된 뒤 교비로 반환한 금액은 전체 68억 원 중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돈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비리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목포성신고는 지난 8월 전남교육청 감사에서 9건의 회계부정과 17억원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일가로선 재단 분리만이 마지막 돌파구다. 재단 측은 교과부 장관에 대해 임원 승인 취소 및 폐쇄 계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변에서는 시간끌기로 해석하고 있다. 임원 승인 취소로 관선 이사가 파견되면 일가는 더 이상 학교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법인 해산에까지 이르면 모든 걸 잃어버리는 셈이다. 명신대의 교육 목적은 ‘도덕적인 인격자 양성’이다.

명신대는 순천과 벌교의 경계에 위치해 있었다. 버스정류장도 작은 구멍가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셔틀버스라곤 한 대뿐. 그마저도 운행 횟수가 제한적이다.

교정은 썰렁했다. 강의실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고, 수업이 진행 중인 강의실에도 학생이라곤 너 댓 명이 전부였다. 도서관은 학생들이 드나들지 않아 수시로 문이 잠겼다.

교과부의 현지 조사가 끝나면 학교는 조만간 폐쇄 명령을 받게 될 것이다.

교무처에 초등특수교육과 내년도 수시 전형을 묻는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입생은 무슨, 폐교 될텐데···.” 지나가던 한 학생이 중얼 거렸다.

순천=글 이경선 기자, 사진 김지훈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