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연 다른 가격 발품 팔아야 ‘알뜰 관객’… 공연장별 최대 5배 차이

입력 2011-10-27 17:43


세계 5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는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다음 달 내한공연 티켓 가격은 얼마일까? 정답은 ‘다양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좌석에 따라 6만∼25만원선이다. 부산시 부산문화회관에서는 5만∼20만원, 경북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는 5만∼12만원이다. 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는 3만∼7만원, 서울 고덕동 강동아트센터 공연 가격은 더 낮아 2만∼5만원에 이른다. 같은 오케스트라 공연이지만 어디에서 관람하느냐에 따라 최대 5배에 이르는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음 달 4일과 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와 경기도 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각각 공연을 갖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바로크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도 티켓 가격에 차이가 있다. LG아트센터 공연은 최고가 티켓이 9만원, 성남아트센터는 7만원이다. 지난 9월 유키 구라모토 내한공연을 연 강동아트센터는 2만∼5만원으로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지난해와 올해 열린 유키 구라모토의 예술의전당 공연은 3만∼10만원으로 최고 두 배나 차이가 났다.

같은 음악가의 공연인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비밀은 ‘극장 대관료’에 있다. 서울 중심부나 강남에 위치한 공연장보다는 서울 외곽이나 지방 공연장의 대관료가 싸다. 새로 생긴 공연장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관료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대형 뮤지컬 공연에서 ‘R석=10만원 이상’의 등식을 깬 뮤지컬 ‘맘마미아’는 올 8월 개관한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가 대관료를 낮추면서 가격 인하가 가능해진 경우다. 대관료 차이는 티켓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공연기획사가 아닌 극장 측이 자체 제작하는 공연도 많다. 이 경우 대관료가 빠지기 때문에 공연기획사가 제작한 뒤 극장을 대관한 공연보다 가격이 내려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극장이라면 더 싸다.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경우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공연은 공연기획사가 주관하지만 나머지 공연은 극장에서 주관한다. 더구나 부산·의정부·구미·강동 공연장은 지자체가 운영한다. 5배에 이르는 티켓 가격 차이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안 보스트리지·에우로파 갈란테 내한공연은 LG아트센터와 성남아트센터 모두 극장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공연이지만, 성남아트센터가 저렴한 이유는 지역주민에게 혜택을 준다는 명목으로 티켓 가격을 더 낮춰 책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연 작품에 관한 검색을 게을리하지 않고 먼 곳까지 발품을 팔 수 있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본다는 결론이 나온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