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난 젊은 세대’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입력 2011-10-27 17:39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는 진보적 성향의 20∼40대 표가 갈라놓았다.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여겼던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진보성향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면서 과거 볼 수 없었던 정치구도와 상황을 만들어 냈다. 역대선거에서 20∼40대가 진보성향의 야당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결집된 힘을 발휘한 예는 없었다. 이념, 지역 등 복합적 갈등을 품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세대간 갈등’과 ‘젊은층의 분노’는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20∼40대는 사회적 중추세력임에도 전세대란, 청년실업, 사교육비, 대학 등록금 문제 등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집권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들이 요구해온 경제 현안들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현 집권 세력을 향한 젊은층의 분노가 선거를 통해 표출된 것이 이번 선거결과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최근 내곡동 사저 및 재보선 결과로 더욱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됐지만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의 분노’에 대해 더욱 깊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도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해법을 찾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주장처럼 서울의 20∼40대 층으로부터 버림받은 정당은 설 자리가 없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무소속으로 나선 박원순씨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이어 본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은 것은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 정치 체제와 현 정치인들로서는 국민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집권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해 제도권 내 야당들도 모두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국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접었다.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 선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역동적으로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공세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 방식을 통해 지지율 격차를 줄이는 재미를 보았으나 결국 ‘1억원 피부 클리닉’ 카드를 꺼내 든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 역공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제 어떤 정치세력이든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는 국민지지를 받을 수 없다. 각 정당들은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오각성해 한국의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