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가 나영이 2차 피해 보상하라는 판결

입력 2011-10-27 17:33

등굣길에 성폭행을 당해 장기 일부가 밖으로 노출되는 끔찍한 피해를 입은 ‘나영이’(가명·당시 8세) 가족에게 국가가 1300만원을 주라는 판결은 되새길 부분이 많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검찰의 잘못으로 나영이가 불필요한 조사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는 취지다. 성폭행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시킨 책임을 국가가 져야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술 직후 배변주머니를 찬 나영이를 장시간 조사한데 이어 녹화장비 조작 미숙으로 피해 사실을 무려 네 차례나 반복 진술하도록 했다. 수술 2주 만에 어린아이를 검찰청사에 불러 조사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피해액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나영이 부모의 호소가 천만번 옳다.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다면 검찰은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병원이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심신이 지쳐 정신 공황 상태인 피해자를 딱딱한 의자에 앉혀놓고 꿈에도 생각하기 싫은 피해사실을 진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나이어린 피해자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검찰도 피해자 전담 검사를 지정해 상담 전용 전화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녹음·녹화 조사제와 시차

조사제 등을 운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넘치는 사건에 치여 효과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며 홍보 부족으로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새로운 피해를 줘서야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