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 규모는 줄이고, 속은 실속있게… 차별화 전략으로 ‘아파트 불황’ 이긴다

입력 2011-10-27 17:47

국내 건설사들이 수년간 침체의 수렁에서 허덕이는 아파트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2006년 거래된 아파트는 112만8501가구였다. 지방 외진 곳에 초대형 아파트를 지어도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거래 건수는 2007년 83만9727가구로 급감했다. 이후 2009년 92만9698가구까지 거래가 다소 회복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84만9215 가구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처럼 국내 아파트 시장 불황이 지속되자 건설사들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비중을 높이고,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독특한 신기술 개발과 구조 개선, 교육·문화·소통 공간 제공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림건설의 ‘e편한세상’은 ‘에너지 절약’을 앞세운다. 지난 3월 입주가 시작된 충남 당진 송악 e편한세상부터 자체 개발한 쌍방향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생활 형태에 맞게 세대별로 맞춤형 에너지 소비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해모로’는 ‘자연주의’를 표방한다. 휴양림에 들어선 듯한 최고급 수준의 조경을 제공한다. 입주민은 입맛에 맞게 직접 아파트 구조를 설계할 수도 있다. 단지 내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학원 차량 전용 주차 공간이 따로 있다.

쌍용건설의 ‘예가’는 ‘풍부한 수납공간’을 자랑한다. 각 가정 현관 입구엔 성인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대형 수납장이 있고, 모든 방에는 붙박이장이 설치된다. 주방에는 주부들의 편의를 위한 별도 책상이 제공된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는 ‘다향한 주거공간 설계’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회사는 520건에 달하는 아파트 평면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경기도 수원 아이파크 시티는 거실과 식당의 천정고를 2층 높이에 달하는 5m 이상으로 조성해 펜트하우스 분위기를 제공한다. 개방형 설계를 사용해 채광과 환기 등 생활의 쾌적성도 한층 높이고 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차별화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의 분양 현장에선 수십m에 이르는 줄이 세워지고 경쟁률은 수십대 일을 기록하기 일쑤다. 전세난을 피한 매매전환 수요와 맞물려 아파트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거래된 아파트는 71만2495가구로 전년 전체 거래 건수를 이미 뛰어넘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