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수다] 정치일꾼 선발대회

입력 2011-10-27 18:13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등의 공직자를 뽑는 일은 정치영역에서 봉사할 국민의 심부름꾼을 뽑는 일이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듯 국민은 자신들을 위해 일할 정치일꾼을 뽑는다.

선거는 일종의 인기투표라 할 수 있지만 무턱대고 ‘사진발’ 잘 받는 사람이나 이미지 좋은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후보자의 인물됨이나 과거 경력이 아무리 긍정적인 이미지로 어필한다 해도 그 긍정적인 면이 언제나 정치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진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1998년 독일 총리로 뽑혔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새 총리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슈뢰더가 7년간 펼친 정치는 가난한 사람보다는 가진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스스로 이주민 배경을 가진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이주민 정책에 있어서 동화정책이 아닌 배타적 강경노선을 취했을 때도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투표를 할 때 우리는 정말 신입사원을 뽑는 대기업의 인사담당자처럼 후보자의 실제능력에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후보자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공약을 토대로 사람을 뽑아야지 무조건 이미지 좋은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물론 자신의 생각과 100퍼센트 일치하는 공약을 찾기란 힘들다. 하지만 후보자의 선거공약과 자신의 생각 사이에서 최대 공약수를 찾아낼 수는 있다.

투표는 어떻게 보면 한국인의 소개팅과 비슷한 데가 있다. 미래의 배우자를 찾으려고 소개팅에 나가면서 정말 이상적이고 완벽한 짝을 찾는 사람은 없다. 보통은 괜찮은 사람, 혹은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할 때 싫지 않은 사람을 택한다. 투표할 때도 이런 실용주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부정부패, 족벌주의, 정치가들의 유치한 행동을 생각하면 정치에 무관심한 한국인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실망, 고집, 무관심에서 투표하지 않는 것이 정치계에 대한 응징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기권은 소수집단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결정권을 행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선거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의 의견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 무관심이 깊어지면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소수집단이 정권을 잡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경쟁정당보다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끈 정당이 승리하는 것이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서울시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민이라면 서울시에서 일어나는 일과 당연히 상관있는 것 아닐까?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아무리 싫어해도 정치적 결정은 매일같이 이루어진다. 나를 빼놓고 다른 사람들끼리 결정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것인가는 각 개인의 문제로 떨어진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나중에 가서 정치적 실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을까?

베라 호흘라이터(tbs eFM 뉴스캐스터) 번역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