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추운 날씨속 퇴근길 직장인 북적…일부 투표소 위치 달라 헛걸음도
입력 2011-10-27 01:29
10·26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26일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았다. 출근길에 투표를 하지 못한 일명 ‘넥타이·하이힐 부대’는 퇴근길에 투표소에 몰렸다.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투표소엔 60대 이상 노년층과 출근 전 투표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김민국(51)씨는 “평소 보궐선거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 투표를 거의 안 했는데 이번엔 여야 후보의 성향이 판이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투표를 마치고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20m 정도 긴 줄이 생겼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투표소를 찾은 박신욱(73)씨는 “한 명은 맘에 안 들고 한 명은 못 미덥다”며 “고심 끝에 그나마 나은 사람을 결정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오후에 다소 뜸했던 투표 행렬은 퇴근시간 이후 다시 이어졌다. 일부 투표소는 늦은 시각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다. 서울 청룡동 아이원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투표소는 오후 7시쯤부터 직장인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투표 마감시간에 임박해선 정장차림으로 뛰어 들어가는 남성도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회사원 신모(32·여)씨는 “투표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했다.
기초단체장 재선거가 진행된 강원도 인제 지역 투표소는 오전 한때 기온이 영하 2.6도까지 떨어졌지만 군민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결혼 이주여성들도 투표소를 찾아 권리를 행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버스 4대를 지원했다.
서울 구로3동 제1투표소에선 한 남성이 “누가 내 이름으로 사인한 뒤 투표하고 갔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구로구선관위는 “먼저 투표한 유권자가 이름이 비슷한 옆 칸에 실수로 서명하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거인명부를 정리한 뒤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표소는 위치가 예전과 달라 헛걸음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몇 년 동안 같은 초등학교에서 투표해 당연히 거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른 곳으로 바뀌는 바람에 헛걸음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유리하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보도되자 환호성과 낙담이 엇갈렸다. 서울광장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본 대학생 정모(23)씨는 “변화를 바라는 서울시민의 기대가 반영됐다”며 기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