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안철수에 밀리고 젊은층 외면받고…민주당, 마냥 박수칠때만은 아니다
입력 2011-10-27 01:17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민주당에는 개혁과 통합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개혁 요구를 곧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민주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박 후보 영입실패, 야권통합경선 패배 등으로 위기에 몰렸고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간신히 체면을 차렸다. 당 관계자는 26일 “지난 3일 범야권 통합 경선 과정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늙은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당에 버금가는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를 좌우한 사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고, 범야권 통합 경선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혁신과 통합’에 밀렸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또는 내년 1월 초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개혁과 야권통합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를 시험하는 계기로 여기진다. 민주당 홀로 전당대회를 치를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 세력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이 참여하는 통합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과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 당선자나 안 원장이 여기에 참여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통합전당대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부적으로 호남 기반의 전통 세력과 개혁 성향의 수도권·486세력이 극심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야권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점도 내부 반발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손 대표 거취도 관심사다. 당장은 사퇴보다는 통합 논의를 적극 주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손 대표가 야권통합을 주도하고 통합전당대회를 치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승리한 박 후보 선거 캠프는 기쁨과 흥분이 넘쳐났다. 박 후보 본인은 담담하게 승리를 받아들였지만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박원순’ 연호를 그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손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등에게 손을 건네며 감사를 표시했다. 선대본부장을 맡은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며 “강남3구에서도 우리 표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 민주당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30대 몰표에 감사한 듯 “30대 최고”라는 환호도 나왔다.
엄기영, 김원철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