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상처입은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세론 흔들
입력 2011-10-27 01:13
10·26 재보선 결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이번 재보선을 총력 지원했다. 측근들조차 “어차피 질 선거인데 왜 발을 깊이 들이느냐”며 말렸지만 “승패를 떠나 돕겠다”며 뛰어들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충북 충주, 강원도 인제, 충남 서산 등 전국을 누볐다. 영남권에선 그의 지원으로 한참 뒤지고 있던 부산 동구청장, 대구 서구청장 선거가 역전되면서 ‘박풍(朴風)’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하지만 공식 선거기간 13일 중 8일간 공을 들인 서울에선 정작 힘이 발휘되지 못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막판 ‘편지’ 지원에 ‘정책 수첩’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세대간 대결구도가 확인된 점은 향후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서울 곳곳을 다니는 동안 20대 등 젊은층으로부터도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현장 분위기가 표로 연결되지 않은 셈이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이번 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에 서둘러 선을 긋고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정권 사무총장은 “자꾸 누구와 누구의 대결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 대권 반열에 오르고 싶어하는 쪽에서 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도 “20% 포인트 이상 지는 게임이었는데 박 전 대표가 뛰어들면서 많이 따라잡은 것 아니냐”며 “진정성 있게 열심히 지원했고, 시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소회를 밝히면서 “새로운 정치는 거창하고 특별한 게 아니라 국민께 드리는 약속은 지키고 책임을 지는 정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향후 당의 쇄신이나 변화를 주도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대국민 접촉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었고,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떠들썩한 대규모 집회보다는 타운미팅이나 소규모 간담회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아울러 최근 ‘수첩공주’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을 개설해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에서 보듯, 온라인을 통한 20~40대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도 한층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