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한나라 ‘충격의 도가니’…지도부 책임론 불거질 듯

입력 2011-10-27 01:13


10·26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개표 결과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7% 포인트 정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가 종료된 26일 오후 8시.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방송 시작과 함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 후보가 박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까이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오후 8시7분쯤 상황실을 나가면서 기자들에게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며 기대를 놓지 않았지만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같은 시각 태평로 프레스센터 나 후보 캠프 사무실에 모인 서울시 의원들도 방송사 출구조사를 접한 후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격차가 커 충격”이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날 오전부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승부의 분기점으로 삼았던 투표율 4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당엔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오후 들어서 투표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잠시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지만 퇴근시간 투표장을 찾은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자 분위기는 다시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나 후보가 밤 11시쯤 캠프를 찾아 낙선인사까지 하는 등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확정적인 상황이 됐다. 지도부는 발 빠르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한 것을 부각시키며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홍 대표는 당사를 떠나며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자체를 다 승리한 상황”이라며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 때는 (재보선에서) 40대 0까지 가지 않았냐.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있는 선거이며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최고위원은 “단순히 선거 승패로만 지도부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 선거 내용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졌다면 책임공방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 공방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분당에 이어 서울까지 내주며 위기감이 커진 수도권 의원들은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세라는 잘못된 선거전략을 주도한 홍 대표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출신 한 소장파 의원은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염두에 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조기에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측근 비리 문제 등이 부각되며 앞으로 이 대통령 및 청와대와의 차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