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영욱 레이저 홈 송구… 오승환 살리고 2연승 건졌다
입력 2011-10-27 02:08
삼성 이영욱의 깨끗한 홈 송구가 팀과 ‘끝판 대장’ 오승환을 동시에 살렸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에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 SK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인천 문학 원정길에 나서게 됐다.
양팀 모두 철벽 마운드를 구축한 만큼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삼성은 선발 장원삼이 정확한 코너웍으로 SK 타선을 6회 1사까지 2안타로 틀어막았다. SK도 선발로 나온 윤희상이 어깨 이상으로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지만 뒤이어 나선 좌완 이승호가 잘 버텨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먼저 기회는 SK가 맞았다. SK는 6회초 박재상이 볼넷을 골라나간 뒤 최정의 2루타로 무사 2·3루의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믿었던 ‘가을 남자’ 박정권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데 이어 안치용과 김강민도 바뀐 투수 권오준에게 연속 삼진을 당하며 허무하게 이닝을 끝냈다.
위기 뒤 기회라고 했던가. 삼성은 곧바로 이어진 6회말 최형우의 볼넷과 강봉규, 진갑용의 안타로 만든 2사 만루에서 배영섭의 2타점 중전안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필승 계투진 투입이었다.
삼성은 7회 곧바로 안지만을 내세웠고, 8회에는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삼성의 필승 계투진도 흔들렸다. 믿었던 정현욱이 등판하자마자 박재상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고, 곧바로 최정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이어 정현욱이 박정권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막강 불펜이 흔들리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8회 무사 1·2루에서 오승환을 내세웠다. 오승환은 안치용을 번트 파울 플라이로 잡은데 이어 김강민 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끄는 듯 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최동수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맞자 2루 주자 최정은 곧바로 홈으로 쇄도했다. 공을 잡은 중견수 이영욱이 정확한 홈 송구로 최정을 홈에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영욱의 정확한 송구가 아니었다면 막강 위력을 과시하던 삼성의 필승 계투진이 무너질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오승환은 9회초 타자 세 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매조지했다. 오승환은 또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세이브 신기록(5세이브)을 세웠다. 결승타의 주인공 배영섭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삼성과 SK는 하루 쉬고 인천 문학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28일 오후 6시부터 3차전을 벌인다. 삼성은 저스틴 저마노, SK는 송은범이 선발로 나선다.
◇류중일 삼성 감독=8회 오승환을 조기 투입한 것은 올해 처음이다. 동점이 되면 어려울 것 같아 오승환 카드를 꺼냈다. 오승환이 안타를 맞았지만 이영욱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다. 수비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영욱을 중견수로 보내고 배영섭을 좌익수로 보냈는데 성공했다. 2연승을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타자들이 찬스를 못살린다는 점이다. 김상수와 박한이가 나가주고 최형우의 앞뒤 타자들이 잘해줘야 한다. 박석민이 오늘 안타를 1개 쳤지만 더 잘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6회와 8회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안타깝지만 3차전에서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1·2차전에서 삼성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윤희상을 1회만 던지게 하고 교체한 것은 어깨가 안좋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 투수와 야수들이 지친 것 같다. 핑계를 안대고 싶은데 선수들의 스윙이 잘 안돌아간다. 타자들에게는 휴식이 약이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오승환의 공은 칠 수 있다. 타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못치는 것이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