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 리더 이현수 목사의 고언

입력 2011-10-26 21:38


“한국 목회자 은사 다 다른데 사역은 모두 비슷비슷… 말씀의 전문가부터 돼야”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경쟁’ ‘반복’ ‘수준 미달’이란 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회 간, 목회자 간 불필요한 경쟁을 합니다. 목회자 간 개성, 은사 등이 다른데도 모든 교회가 비슷하게 사역합니다. 저는 바쁜 목사는 나쁜 목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목회자가 하나님 말씀의 전문가가 돼 있나요. 성경본문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미주 한인교회 리더 중 한명인 이현수(53) 목사는 “목회자란 하나님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설교를 하는 게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LA에서 동쪽으로 100여㎞ 떨어져 있는 샌 버나디노의 리틀 크릭 롤라드수양관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그는 2002년 설립한 LA뉴호프채플을 2000여명의 성도로 성장시킨 뒤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았다. 5년여 전 이 수양관에 들어와 성경 66권 강해설교를 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님 말씀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미국의 명문 UCLA와 풀러신학교, 프린스턴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2년간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뒤 하와이를 거쳐 LA에서의 목회를 통해 새로운 교회와 신앙운동을 선도해왔었다. 번역서로 ‘십자가의 도’, 저서로 ‘네가 거듭나야 하리라’ 등이 있다.

이 목사는 ‘아이러브 패스터(ILP)’ 미국 행사 일환으로 롤라드수양관을 찾은 한국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좋은 프로그램 없는지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말고 성경을 바로 전하는 데만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르틴 루터, 장 칼뱅, 요한 웨슬리 등 믿음의 선진은 성경 전체 주석을 쓸 정도로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인간의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사유방식을 따르려 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최고 리더들의 공통점은 최소 1만 시간 이상을 자기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영화 ‘아바타’를 위해 10년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의 전달자’인 목회자들은 어떠합니까. 일주일간 설교를 위해 얼마의 시간을 할애합니까.”

그는 “성경공부는 성경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누군가에 의존한 공부가 아니라 개개인이 직접 성경을 읽고 하나님으로부터 영감과 계시를 받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한국교회 내 인기 프로그램으로는 사람을 적당히 변화시킬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갱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영적)거듭남은 물과 성령으로만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또한 “미국 내 유명 목회자들은 적어도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기 위해 자기의 성격과 특징을 극대화하는 데 힘쓰지 다른 목회자를 결코 ‘카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정보 전달의 설교가 아닌 계시와 영감이 있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도 바울의 권고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목회자 개인의 은사에 따른 ‘하나의 힘(Power of One)’, 즉 한 가지 분야에 모든 걸 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교회 구조는 단순하고 목회자 없이도 홀로 예수님을 좇아갈 수 있는 제자화를 추진하고 교회공동체의 삶은 선교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선교적 삶이란 하나님 나라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그의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영적 캐리커처를 그린 뒤 한국교회 갱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머리와 귀가 크고 눈이 안보이며 입이 얼굴의 반이 될 정도인데 팔 다리는 거의 없습니다. 즉 지식은 가득차있고 말이 많은 대신 십자가의 고난 신앙과 영적 통찰력, 행동은 없습니다. 제자화는 이 모든 것을 균형을 잡게 해줍니다. 제자화는 또 다른 주입식 성경공부인 제자훈련이 아닙니다. 행동하는 크리스천 그 자체입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어려움을 당하고 있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했다. 목회자부터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 하나님의 가치에 보다 집중한 뒤 성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갖고 인생의 폭풍 속에서도 날마다 새로워져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따라 선교적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LA=글·사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