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문화예술재단 ‘리틀다빈치’ 프로그램… 아이들에 악기 가르치며 희망을 심는다
입력 2011-10-26 19:03
방과후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전남 광양시 중동의 예닮지역아동센터.
지난 25일 저녁 노래와 함께 20여명의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연주하는 기타와 리코더,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악기를 잡은 아이들의 자세며 앙상블은 다소 어색하지만 열정만은 프로 못지않았다.
전남도 출연기관인 (재)전남문화예술재단 교육지원센터가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매주 화·금·토요일이면 실시하는 ‘리틀다빈치’ 프로그램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예술가이면서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술성을 아이들이 배우기를 바라며 ‘리틀다빈치’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이 교육지원센터가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성격이 밝아지고 즐겁게 생활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아동센터는 교육지원센터가 지원한 200만원으로 기타와 오카리나, 리코더 등 악기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어릴 때 사고로 하반신이 불편한 김경대(39)씨가 아이들에 대한 음악 이론 및 실습 교육을 2년째 자원봉사하고 있다.
김씨는 우선 난생 처음 악기를 손에 들고 어리둥절해하던 아이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악기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 김씨는 “여러 악기로 화음을 이루려면 파트 하나하나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합주를 통해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아동센터 김수정(39·여) 사회복지사는 “가정환경 탓에 말이 없던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표정이 굉장히 밝아지고 말수가 부쩍 늘었다”며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시야가 열리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악기 연주에 흠뻑 빠진 김예은(가명·12·죽마초교5)양은 “예전에는 심심하고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악기를 배우면서 재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그동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요즘은 사이좋게 잘 지낸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역아동센터는 올 연말에 부모들을 초청, 그동안 아이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광양=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