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취점은 승리 보증… ‘굳히기 시리즈’ 될 듯

입력 2011-10-26 19:02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어느 팀이 먼저 선취점을 올리느냐에 따라 패권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 모두 강력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선취점을 내 기선을 제압한 팀이 승리를 지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5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은 사실상 5회부터 승부가 끝났다. 삼성은 4회말 신명철이 잘던지던 상대 선발 고효준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2점을 먼저 냈다. 삼성은 곧바로 5회부터 필승 계투진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첫 계투 임무를 맡은 좌완 차우찬은 5회 등판해 삼진 두개를 뽑아내며 ‘필승조’의 진가를 알렸다. 이어 8회 2사 이후 ‘끝판대장’ 오승환이 위력을 떨치며 점수 허용없이 2대 0으로 경기가 끝났다. 오승환을 정점으로 안지만, 정현욱, 권혁, 권오준, 정인욱 등이 버틴 계투진은 한번 리드를 잡으면 좀처럼 역전을 내주지 않는다. 여기에 차우찬까지 구위를 회복하고 롱맨으로 불펜에 합류하면서 왼손 계투진도 훨씬 풍부해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5∼6회까지만 1∼2번째 투수가 막아 주면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1차전에서 SK는 1∼3회 연달아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 놓고도 선취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기회가 삼성으로 넘어갔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취점을 뺏긴 후 벌떼 불펜 대신 ‘추격조’를 편성했다. 두 번째 투수였던 고든의 투구수가 20개 밖에 되지 않았고 1⅓이닝 무실점으로 잘 버티고 있었지만 이재영을 곧바로 투입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이재영은 경기의 패색이 짙어졌을 때 필승조를 아끼기 위해 이 대행이 내미는 카드다.

지난 20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경기를 뒤집기 어려워지자 마운드에 올라 필승 계투조의 체력을 아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재영에 이어 등판한 이승호도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예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바 있다. 2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공격 기회가 4번이나 남았음에도 경기에서 질 것을 계산에 넣고 체력 안배에 나선 것이다.

이 대행도 “하루만 쉬고 경기를 치르는 터라 총력전으로 가기 어려웠다”면서 “투수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승리조를 아끼려 했다”고 밝혔다.

투수 교체 타이밍도 한국시리즈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은 두 박자 정도 빠르게 투수를 교체해 함박웃음을 터뜨린 반면 SK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탓에 눈물을 흘렸다. SK는 3회까지 1안타로 선방하던 고효준을 고집하다 결국 4회 최형우와 신명철에게 장타를 맞고 무너졌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