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이젠 날자”… 칼링컵 8강견인 환상의 결승골

입력 2011-10-26 22:47

‘조광래호의 캡틴’ 박주영(아스널)이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 주전 스트라이커 판 페르시(네덜란드) 대체 요원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시즌 4호 도움을 기록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맨유의 새 공격 옵션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박주영은 26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2012 시즌 칼링컵 16강전 볼턴과의 홈 경기에 반 페르시, 마루안 샤막(모로코) 대신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1-1 동점이던 후반 12분 역전 결승골이자 지난 8월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첫 번째 골을 넣었다(아스널 2대 1 승리).

박주영은 팀 동료 안드레이 아르샤빈(러시아)이 연결해준 땅볼 패스를 볼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받아 오른발 인사이드 감아차기 슛으로 상대 오른쪽 골문을 뚫었다. 드리블이나 별도의 볼터치 없는 논스톱 슛이었고, 공이 볼턴 골키퍼 다이빙 캐치 반경을 벗어나 왼쪽으로 빠르게 휘면서 득점으로 연결됐다. 박주영은 전반 24분, 후반 39분에도 골문 안 목표 지점을 겨냥해 차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볼턴 골키퍼를 위협했다.

전체적으로 박주영의 플레이는 지난달 21일 잉글랜드 데뷔전(슈루주버리타운과의 칼링컵 32강전) 때와 달랐다. 데뷔전에서 박주영은 패스 연결에 주안점을 두며 볼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나 이날 볼턴전에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득점 해결에 집중했다. 박주영과 다른 공격 라인(아르샤빈·베냐윤)의 호흡도 괜찮았다.

BBC 인터넷판이 “아스널은 스트라이커 판 페르시 대체 요원 찾기에 계속 실패했다. 그러나 볼턴전에서 박주영을 발견한 아르센 웽거 감독은 금맥을 캔 것과 같다”고 평가하는 등 영국 언론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웽거 감독은 이번 주말 강호 첼시와의 정규리그 경기에는 판 페르시를 선발 스트라이커로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주영은 인상적인 볼턴전 활약으로 후반 중반 이후 판 페르시를 뺄 경우 대신 투입될 가능성이 기존보다는 높아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박주영이 샤막과의 팀내 스트라이커 2인자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3부리그 팀 올더숏타운과의 칼링컵 16강전 경기에서 전반 15분 동료 선수와의 신속한 2대 1 패스로 상대 수비 공간을 파고든 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불가리아)에게 볼을 연결해 선제골을 도왔다(맨유 3대 0 승리). 지난 주말 미드필드 싸움에서 확연히 밀려 맨체스터 시티에 1대 6 참패를 당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경험 많은 박지성의 장점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 경기였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