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담 위기 해결책 진통… 그리스 국채 손실률 등 이견
입력 2011-10-27 01:3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포괄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정상회의 전날 EU 재무장관 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EU가 은행들의 자본 확충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보증을 서주는 데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사안 합의 못해=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저널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EU 정상회의 직전까지 독일과 프랑스 등 각국 정상들은 재정 및 은행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사항들에 합의하지 못했다.
우선 위기의 진앙인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은행 등 민간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률(헤어컷)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의 뒤 발표될 공동성명서(코뮈니케)의 초안에 헤어컷 상향 조정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대신 그리스 2차구제 문제를 향후 마무리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들어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국채 보유 은행의 손실률을 50~60% 수준까지 올리자고 제안했으나 은행들은 40%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은행들은 20%를 보험 성격을 띠는 글로벌 신용부도스와프(CDS)를 통해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핵심 사안인 구제자금의 자본 확충과 관련해선 현재 4400억 유로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충 방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로이터가 코뮈니케 초안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EU 정상들은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본 확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근 신용경색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보증을 서주되 필요할 경우 취약한 은행에 신규자본을 투입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또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내년 6월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독일 의회, EFSF 강화 승인=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독일 의회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EFSF 강화 방안을 압도적인 찬성표로 승인했다. 연방 독일 하원(총 의석수 620)은 이날 EFSF 확대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3표, 반대 89표, 기권 4표 등으로 가결했다.
이번 표결에서 승인된 EFSF 강화 방안은 유로존 회원국의 추가분담 없이 현재 4400억 유로인 기금을 레버리징(차입)을 통해 실질적인 효력이 1조 유로 이상이 되도록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디폴트 위기 국가의 신규 발행 채권에 대해 EFSF가 일정 부분 손실 보전을 보증하는 것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새로운 기금을 조성하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이탈리아도 정상회의 직전 진통 끝에 경제개혁안을 마련했다. AP통신은 개혁안의 핵심인 연금개혁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연정 파트너인 북부동맹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의 개혁안대로 연금 수급 연령이 현행 65세에서 2025년까지 67세로 올라간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