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우대하라” 대출 늘리고… 수수료 내리고
입력 2011-10-26 21:47
反월가 정서 막자… 양극화 해소나선 금융권 <2> 은행, 이제는 서민금융이다
‘상위 1% 부유층의 탐욕 때문에 나머지 99%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反)월가 시위’는 금융자본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내 금융권도 이들의 주장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착수했다. 특히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이들을 도외시해 왔다고 평가받던 은행들은 서민금융 상품과 금융약자 우대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불합리한 수수료 규정도 대폭 손질키로 했다. ‘가진 자’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던 은행들이 ‘99%’ 대중의 불만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이제 변화의 첫발을 뗀 은행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민금융 확대=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확대 요구에 부응해 연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을 확대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신용대출과 달리 새희망홀씨 대출한도 산출 모델을 별도 개발해 소득금액 증빙이 없는 고객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초기 대출금리는 연 12∼14% 수준이지만 3개월 단위로 연체일수가 10일 미만일 경우 연 0.2% 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준다. 지난 25일까지 307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금리상승기 서민들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연 4.93∼5.34% 고정금리의 장기분할상환 모기지론도 1조원 규모로 판매, 같은 기간 7011억원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신한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은 지난 2분기까지 1만3267건, 1158억7200만원의 실적을 기록, 처음 1000억원대를 돌파한 뒤 지난 3분기에는 단숨에 1575억88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 9월까지 1263억원을, 하나은행은 1251억원의 새희망홀씨 대출 실적을 올렸다.
기업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실적은 552억원에 그쳤지만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자생활안정자금은 지난 3분기까지 3001억원을 공급했다.
◇수수료 추가 인하·취약계층 서비스 확대=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영업시간 외에 적용했던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할증제도를 전면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고객은 ATM 이용 시 시간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수수료를 내게 되며, 수수료도 평균 60.4% 인하키로 했다. 수수료 면제 혜택도 기존 기초생활수급자 외에 차상위계층 및 사회소외계층으로 확대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수수료 감면율도 20%에서 50%로 확대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8월 은행권 가운데 가장 먼저 ATM을 비롯한 각종 이용수수료를 인하한 데 이어 지난 9월과 이달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9월에는 산재근로자의 보상금 압류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우리 희망지킴이 통장’을 출시하고 근로복지공단과 ‘희망지킴이’ 업무 제휴도 맺었다.
하나금융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현지어 전화 연결 및 상담이 가능한 전담 상담센터를 전 지점에 설치했다. 또 현지 은행과 제휴를 통한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 개발 등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치솟는 등록금으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학생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임직원이 급여를 반납해 조성한 370억원의 기금을 조성, ‘잡 SOS(Sharing of Shinhan)’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