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만에 5000만원 털린 현금수송차… 화물칸 돈 자루만 빼앗아 내부 소행 추정
입력 2011-10-26 22:24
충남 천안에서 26일 새벽 괴한들이 물류업체의 수송차량을 급습해 현금 5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공동어시장 앞길에서 오전 4시55분쯤 이모(41)씨가 운전하던 모 특수물류회사 현금수송차량에 괴한이 나타나 둔기로 이씨를 마구 때린 뒤 화물칸에서 1000원짜리 지폐로 5000만원이 든 돈 자루를 탈취해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씨는 “동료가 물품 배달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마구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5t 트럭을 이용해 대전에서 서울로 택배 물품과 현금을 수송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차량에 실린 물품을 전혀 손대지 않은 채 화물칸 안쪽에 있던 돈 자루만 빼앗아 간 점 등으로 미뤄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와 동료 유모(39)씨는 대전에서 출발해 서울로 가던 중 천안에 들러 물건을 전달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4시4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유씨가 물품을 들고 길 건너편 5층 건물 사무실로 올라간 사이 갑자기 나타난 승용차에서 괴한 2명이 내려 화물칸 문을 닫으려는 이씨를 둔기로 때린 뒤 돈 자루를 갖고 달아났다.
범행은 불과 30∼40초 사이에 이뤄져 정신을 잃은 이씨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건물 CCTV에 찍힌 화면에도 이씨가 화물칸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 괴한들이 달려드는 모습이 나온다.
이씨와 목격자들은 범인들 차량이 짙은 색깔의 EF쏘나타나 그랜저로 보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현장은 해가 뜨기 이전이어서 어두웠던 데다 가로등마저 밝지 않아 범인들의 얼굴이나 인상착의 등은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 장소는 왕복 2차로에 골목상가가 길게 들어서 있지만, 당시에는 상점들이 문을 열기 전인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들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경찰은 대전∼서울 구간만을 운행하는 물류 차량이 이날 천안에 잠시 머무른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한데다 화물칸 가장 안쪽에 놓아둔 돈 자루를 노린 점에 주목하고 수사 중이다.
한 수사경찰관은 “차량의 운행 노선과 돈 자루의 위치 등을 알고 범행한 것을 보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면서 “현 직원들과 퇴사자들, 동일수법 전과자 등을 상대로 탐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