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초강세 사상 최고치 또 경신… 美·유럽 시장 불안 ‘달러 팔고 엔화 사자’ 확산
입력 2011-10-26 22:33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는 엔화에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엔화값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엔고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재무성은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했다.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당 75.97엔에 마감됐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장중 달러 당 75.73엔까지 떨어져(엔화가치 상승) 지난 21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75.78엔)를 갈아치웠다.
가파른 엔고는 유럽과 미국 등 양대 선진경제권의 불안 때문이다. 우선 이날 열리는 유로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재정위기 해법 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 등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도 안전자산인 엔화 선호 현상을 더욱 강화시켰다.
미국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자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엔화의 사상 최고치 행진이 계속되자 일본은행은 도쿄 금융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27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엔고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국채와 사채 등을 사들이는 기금(현재 50조엔)을 5조엔 정도 증액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엔화 초강세로 자동차, 화학, 전자 등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