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한나라당 “격차 너무 크다” 출구조사에 탄식

입력 2011-10-26 22:17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가 종료된 26일 오후 8시. 개표 방송 시작과 함께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까이 뒤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여의도 당사 2층 상황실에 모인 지도부와 당직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태평로 프레스센터 나 후보 캠프 사무실에 모인 서울시 의원들도 방송사 출구조사를 접한 후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격차가 너무 커 충격”이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최종 투표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당엔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오후 들어서 투표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투표율이 서울 전체 투표율을 웃돌자 나 후보 승리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퇴근 시간 투표장을 찾은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자 지도부 표정은 굳어져갔다. 특히 투표 마감과 함께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후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진짜 9% 포인트나 차이가 났어”라며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곤혹스런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는 방송이 시작된 지 10분도 안돼 곧바로 상황실을 떠났다.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보선 패배를 가정해 어떻게 후폭풍을 최소화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읽혔다. 한 최고위원은 “선거 이후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단순히 선거 승패로만 지도부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 선거 내용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선거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며 “‘대패(大敗)’와 ‘석패(惜敗)’를 구분해야 한다. 역대 재보선, 특히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졌다면 책임공방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홍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생긴 서울시장을 맡을 사람을 뽑는 것이지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다”며 대선 전초전이라는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박 전 대표에게 미칠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전과는 달리 직접 현장을 누비며 선거 지원에 나섰다”며 “박 전 대표와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결국 지원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흔쾌히 나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측근 비리 문제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 후에 이 대통령 및 청와대와의 차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