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조사, ILO 기준으로 바꿔보니 잠재실업자 4배이상 늘어

입력 2011-10-26 22:33


실업률 조사 설문 방식을 현재 통계청 방식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표준 방식으로 바꾸면 청년 잠재실업자가 4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26일 ‘설문 및 잠재실업의 측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실업조사 방식(현행 방식)과 ILO 표준설문 방식(대안 방식)으로 각각 설문조사해 본 결과 대안 방식에서 잠재실업자가 전체의 21.2%로 나타나 현행 방식(4.8%)과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잠재실업은 일할 능력이나 의지는 있지만 취업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 구직활동을 안 하거나 매우 열악한 수준의 일에 종사해 사실상 실업 상태나 다름없는 경우를 말한다.

조사는 서울지역 20대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두 설문 방식을 600여건씩 무작위로 선정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취업을 하지 않은 사람 중 취업을 희망한 사람은 현행 방식에선 64명으로 조사됐지만 대안 방식에서는 168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차이에 대해 통계청이 내놓는 공식 실업률이 취업준비자 등 실질적인 청년층 실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통계에서는 ‘지난주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 내 적극적 구직 활동을 했으며, 지난주 일이 제시됐다면 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에 다니는 것이나 회사에 원서를 내 놓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경우 등이 구직활동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취업준비자들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취업준비자들이 지난해 기준 62만5000명으로 20대 청년층 실업자(31만2000명)의 두 배 수준”이라면서 “현재 조사 방식으로는 청년층 취업준비자가 잠재실업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잠재실업자나 희망취업자 등은 지금은 비경제활동인구지만 언제든 실업자가 될 수 있는 계층인 만큼 이들의 규모와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