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선관위 규제에 뿔난 SNS… 인증샷 릴레이 불났다
입력 2011-10-26 21:59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26일 10·26 재보선 열기로 가득했다. 매시간 지역별 투표율을 중계하면서 투표를 독려하거나 ‘투표 인증샷’(투표 참여를 입증하는 사진)을 통해 투표를 유도하는 게시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일부 유명인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명인의 선거일 투표권유 행위를 금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 조치를 조롱하듯 “투표하자”는 의견을 쏟아냈다.
◇인증샷 릴레이 큰 호응, 실시간 투표율 중계도=SNS에서 이어졌던 투표독려 열기는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부터 달아올라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정오를 전후해 절정을 이뤘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부터 투표 종료 시점인 오후 8시 사이도 관련 게시물이 폭주했다.
SNS 분석 전문 회사인 트윗믹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27 재보선 때 선거기간 국회의원·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이름이 들어간 트윗 건수는 9만5792건이었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범야권 박원순 후보의 이름이 거론된 건수가 98만5158건으로 10배를 넘었다.
트위터 아이디 Writer***는 “서울시장 선거 오후 1시까지 추세면 47∼48%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50%를 넘어야 김제동의 윗옷 벗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투표를 권유했다. 전날 방송인 김제동씨는 “투표율 50% 넘기면 삼각산 사모바위에서 윗옷을 벗고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겠다”고 했다.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는 투표 종료 시점인 오후 8시가 다가오자 절절한 호소로 바뀌었다. 트위터 아이디 Ka5***는 “투표장에 젊은층이 늘었대요, 조금만 더 힘냅시다”라고 했고, Jesi***는 “저희 팀 모두 투표한다고 퇴근했다. 경기도민인 저만 남아서 팀원 일 떠맡아 야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투표 인증샷 릴레이도 호응이 많았다. 대체로 선관위가 내놓은 규제를 준수하는 선에서 인증샷 릴레이를 펼쳤지만 일부는 정면으로 반발했다. 선관위의 인증샷 규제 조치를 요약하면 사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표시가 들어있으면 안 되고, 투표에 방해가 안 되는 지점에서 독사진을 찍어야 한다. 선거일에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인증샷에 지지 후보를 표시하는 것을 선거운동으로 본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트위터에 올라온 대부분의 인증샷은 투표소 안내표지판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일부 SNS 사용자는 “겁먹지 말자. 저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검열”이라며 선관위 규제 조치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내리는 일이 반복됐다.
◇유명인, “닥치고 투표”=유명인의 투표독려 움직임은 일반인의 리트윗(재전송)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며 SNS를 후끈 달아
오르게 했다. 이들은 선관위의 SNS 규제 조치를 집중 성토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투표하셨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네요. 선관위가 발표한 불법 독려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저는 닥치고 중계방송이나 하겠습니다. 하지만 겁먹지는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선관위가 전날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의도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선거일에 투표 독려를 할 수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씨는 박원순 후보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제동씨는 “닥치고 투표. 저 누군지 모르겠죠 흠흠”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김씨가 두꺼운 점퍼로 얼굴을 가린 채 투표소 앞에 서 있다. 김씨는 전날 “저 인증샷 올려도 되나요. 제가 요즘 별로 안 유명하잖아요”라고도 했다. 가수 이효리씨는 “음…”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애견 얼굴이 반쯤 담긴 인증샷을 공개했다. 선관위의 모호한 유명인 규정을 비꼰 것이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인은 투표하는 자만을 두려워한다”고 언급한 것도 SNS에서 리트윗되며 회자됐다.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4명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은 오후 6시부터 인증샷을 찍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광장에서 사인회를 열었다.
선관위는 사이버조사팀을 중심으로 SNS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SNS 규제의 모호성과 관련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위법 사실을 보면서도 팔짱 끼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일회성 위법 사실은 자진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조치하고 있으며 반복적일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