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퇴근길 직장인들, 마감직전까지 헐레벌떡
입력 2011-10-26 22:09
10·26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26일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일찍부터 투표장을 찾았다. 전국 투표소 곳곳엔 외투를 챙겨 입고 나온 시민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입구부터 길게 늘어섰다.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투표소엔 시민 15∼20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김민국(51)씨는 “평소 보궐선거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 투표를 거의 안 했는데 이번엔 여야 후보의 성향이 판이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대흥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회사원 김모(31·여)씨도 “우리 회사는 선거일에도 정시 출근”이라며 “벌써 지각이라 출근하면 상사에게 혼나겠지만 투표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서둘러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20m 정도 긴 줄이 생겼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투표소를 찾은 박신욱(73)씨는 “한 명은 맘에 안 들고 한 명은 못 미덥다”며 “고심 끝에 그나마 나은 사람을 결정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오후에 다소 뜸했던 투표 행렬은 퇴근시간 이후 다시 이어졌다. 서울 청룡동 아이원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투표소는 오후 7시쯤부터 정장차림 직장인들이 다시 눈에 띄었다. 회사원 신모(32·여)씨는 “투표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8시에 임박해선 정장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투표소로 뛰어들어가는 남성도 눈에 띄었다.
기초단체장 재선거가 진행된 강원도 인제 지역 투표소는 오전 한때 기온이 영하 2.6도까지 떨어졌지만 군민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결혼 이주여성들도 투표소를 찾아 권리를 행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버스 4대를 지원했다.
서울 구로3동 제1투표소에선 한 남성이 “누가 내 이름으로 사인한 뒤 투표하고 갔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이 투표를 하기 위해 선거인명부를 들춰보니 누군가가 서명해 놓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구로구선관위는 “먼저 투표한 유권자가 이름이 비슷한 옆 칸에 실수로 서명하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거인명부를 정리한 뒤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표소는 위치가 예전과 달라 헛걸음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몇 년 동안 같은 초등학교에서 투표해 당연히 거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른 곳으로 바뀌는 바람에 헛걸음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 시민이 선관위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신고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민은 홍 대표가 서울 전농2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모두 나와서 투표를 해 달라’고 한 발언에 대해 “정당 관계자가 투표 독려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선관위에 신고했다.
이용상 이선희 기자, 부산=윤봉학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