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아궁이, 연탄, 곤로, 가스렌지

입력 2011-10-26 17:59


어린 날 엄마를 도와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땠습니다. 불쏘시개와 풀무질 그리고 왕겨를 한 주먹 집어 가녀린 손으로 아궁이에 던졌지요. 그러면 바람이 아궁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왕겨를 활활 타오르게 했습니다. 고구마와 감자도 아궁이에 구웠습니다. 이후 곤로와 연탄도 나왔지요. 언제나 음식을 올려놓고 불 곁에 앉아 지켜보며 살펴야 했습니다. 정성이 없으면 안 되는 시간과의 싸움이던 시절입니다. 그러면 음식들은 맛나게 밥상에 차려지고 우리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혁명적인 가스레인지가 조리 습관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습니다. 일은 간편해지고 시간은 단축되고 음식은 빨리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분업처럼 가사일을 돕던 가족애도 정성어린 엄마의 음식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졌지요. 시간과 과학은 단축되었으나 인정이 사라지고 가족애가 바삭바삭 메말라갑니다. 아∼그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아궁이 앞에서 불 때던 시절 말입니다. 검댕이 얼굴들이 아련히 생각나는 시절입니다.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