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포항 세계 바둑 대축제 의미

입력 2011-10-26 17:35


올해로 6회째를 맞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 선수권전이 경북 포항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16개국, 유럽 36개국, 미주 13개국, 대양주 2개국, 아프리카 3개국 등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22일과 23일에 걸쳐 치러진 시합은 처음으로 맥마흔 시스템(스위스리그의 변형 방식)을 도입해 6라운드에 걸쳐 순위를 결정했다.

한국 대표로는 90여명이 참가한 선발전에서 리그전과 토너먼트를 통해 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결승에서 극적으로 반집승을 거둔 유병용 아마 6단이 선발됐다. 국무총리배는 상금은 없지만 우승하면 입단 포인트(100점이 되면 프로가 될 수 있다) 40점을 받을 수 있어 더 없이 중요한 시합이다.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둑을 두는 풍경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띠는 선수가 있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물리학 교수 에릭오마르 2단이다. 대학생 시절에 바둑 챔피언이었던 친구로부터 배우기 시작해 어언 10년이 흘렀다. 특별한 선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바둑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바둑 클럽에서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바둑 인구는 총 200명. 그 중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30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를 누비며 바둑시합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열정이다. 바둑을 두다 보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느껴 최대한 넓은 시야로 보고 싶어 바둑을 서서 둔다는 그는 6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섰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대국에 임했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선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컴퓨터 전공 대학교수인 콘드래 아마 2단으로 20년 전 친구와 같이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에서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남아공 등 세 나라가 참가했다. 남아공의 바둑 인구는 약 500명. 일주일에 한 번 클럽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으며, 스승은 없지만 서로 대국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의 강한 상대들을 만날 수 있지만 서로 돌을 놓고 복기를 하며 생각을 주고받는 것을 선호해 인터넷 바둑을 즐겨 두지는 않는단다. 자기보다 조금 더 강한 상대와 대국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사람들. 언어가 달라도 바둑판을 앞에 두고 밤새 수담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 바둑의 향기가 전해진다.

이번 대회는 11세의 중국 소년 천즈지엔 아마 6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 4번, 대만 1번에 이어 중국도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