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곽 복원사업에 강제수용·이전 위기… 124년 한국기독史 산증인 동대문교회 어디로?
입력 2011-10-25 20:43
124년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 동대문감리교회(동대문교회)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서기종 담임목사 등이 교회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교계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이사장 신경하 감독)과 타 교단 목회자와 성도 등 약 1600명이 교회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동대문교회는 서울시가 2008년부터 ‘도심재창조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서울성곽복원계획을 추진하면서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동대문교회는 서울시에 교회를 매각하고 옮기려 했다. 그러나 존치를 원하는 일부 성도들이 동대문교회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유지재단은 지난달 6일 “동대문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이사회의 기본 재산이므로 소유주인 재단 측과도 협상을 했어야 했다”며 서울시에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강제 수용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교회와 재단이 합의안을 만들기까지 일단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지재단과 교회 측은 현재까지 합의점에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동대문교회는 1887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동대문부인진료소의 기도처로 시작됐다. 캐나다 북감리회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진료소 측에서 실무를 보는 형식이었다. 한국 최초로 남녀가 같은 예배실을 사용했으며, 볼드윈 매일여학교를 운영하는 등 여성 교육의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계몽 운동, 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다. 삼청동교회, 청량리교회, 화양교회 등이 동대문교회에서 분립했다.
박상연 권사는 교회가 현 위치를 떠나는 순간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소멸된다고 주장했다. “120년 넘게 성도들이 같은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세상의 가치로 따질 수 없지요. 동대문을 떠나는 동대문교회의 역사성도 사라집니다. 우리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동대문교회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싶어요.”
존치위원회 백영찬(서울 마포상암감리교회) 장로는 “동대문교회는 담임목사나 성도들만의 교회가 아닌 감리교 전체, 나아가 한국교회의 문화유산”이라며 “101년 된 서양 종과 1892년에 지은 ㄱ자형 교회(볼드윈채플) 터를 무형문화재로 항일운동 발상지, 최초 여성병원의 발상지를 문화재청에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감리교를 포함한 12개 교단 목회자 1356명, 사모 73명, 장로 168명이 이전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존치위는 이를 바탕으로 유지재단에 이의신청을 했고, 유지재단은 지난 7월 21일 이사회에서 교회 이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찬성하는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송근종 부목사는 현재 동대문교회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회 건물은 1970년대 지어졌으며 ㄱ자형 교회는 실내를 현대식으로 개조했고, 이마저 성벽을 재건할 때 3분의 1이 없어졌다. 종의 경우 장소를 옮긴다 해서 역사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대문교회 측은 현재 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6가에서도 훨씬 떨어진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이전 부지를 확보하고 계약금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사업이라는 것은 강제 수용을 전제로 한다. 지난 3년간 교회 측과 계획단계부터 지속적인 협의를 했고, 이전을 결정했다”며 “토지이용계획관련법상 그 지역 안의 건물을 개보수하거나 증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대문교회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은 교회 위치에 동판으로 표시를 남기는 것으로 보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회의 존치를 원하는 성도들은 “교회 이전을 결정하려면 구역회를 열고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서 목사는 성도들과 사전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전을 결정해 서울시에 통보했다”며 서 목사를 기감서울연회 심사위원회에 고소했다. 서울연회는 오는 28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으로 기소 여부 등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