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총리, 안팎서 굴욕
입력 2011-10-25 18:57
EU 정상회의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한 방 먹더니
‘EU 탈퇴안’ 관련 여당 의원들에게도 뒤통수 맞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비유로존 국가는 나서지 말라”며 ‘한 방’ 먹은 캐머런 총리가 24일에는 집권 여당 소속 하원 의원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하원에서는 이날 유럽연합(EU) 탈퇴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할지에 대한 투표가 치러졌다. 캐머런 총리가 원하는 대로 결과는 부결이었다. 보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과 제1야당 노동당 등이 EU를 지원하는 상황이어서 이는 이미 예상된 바였다. 투표결과는 찬성 111표, 반대 438표였다.
문제는 집권 여당인 보수당 내 하원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데 있다. 찬성 111표 중 79표가 보수당 의원들이 던진 표였다. 보수당 의원 가운데 12명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2010년 5월 총리 취임 이후 일어난 당내 최대 반발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반(反)EU 입장을 가진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정부의 EU 정책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날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총리가 굴욕을 당했다”며 “자기 당의 의견도 취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가 여론을 통합시키겠느냐”며 비꽜다. 텔레그래프도 “이번 반란으로 캐머런 총리는 리더십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에는 아예 EU를 탈퇴하거나, 관계 재설정을 통해 EU와 더 통합된 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보수당 내에서는 EU와 분명한 선을 긋자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