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시신, 리비아 사막에 묻혔다… 과도위 “비밀 장소에 매장”
입력 2011-10-25 21:35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시신이 25일(현지시간) 리비아 사막의 비밀 장소에 매장됐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시리아 방송에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카다피, 사막에 묻히다=카다피와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의 시신이 사막의 비공개 장소에 묻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슬람 지도자 등 4명만이 참석해 간단한 의식을 치른 뒤 시신을 매장했으며, 이들은 시신을 묻은 장소를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무덤에는 아무런 표식도 하지 않았다.
과도국가위원회(NTC) 측은 “카다피의 시신이 더 이상 방치될 수 없을 만큼 부패했다”고 매장을 서두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NTC가 카다피의 사망 경위를 은폐하기 위해 비밀리에 매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카다피가 교전 중에 숨졌는지 또는 처형당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요청에 대해 NTC 측이 이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 만에 매장됐기 때문이다.
◇카다피 차남, 시리아 방송에 나와=카다피의 자녀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의 육성 메시지가 23일 시리아 TV에 흘러나왔다. 그는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리비아에 있으며 살아 있고, 자유롭다. 복수할 것이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미국 abc방송이 24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사이프 알 이슬람이 리비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니제르와 알제리의 국경지대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NTC 관계자는 “사이프 알 이슬람이 위조 여권을 이용해 리비아를 빠져나가려 한다”며 “그가 숨어 있는 사막 지역은 빠져나갈 통로가 많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서 24일 밤 연료저장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 100여명이 숨졌다. NTC의 리스 모하메드 사령관은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며 사고 현장에 수십구의 불탄 시체가 널려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근처 발전기에서 튄 불꽃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