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살리기… ‘혁신 전도사’ 윤순봉 발탁

입력 2011-10-25 21:31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에 메스를 들이대며 본격적인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감사결과 의료원 조직이 중복돼 낭비가 많고 암 치료 분야에서도 ‘1등’이 적다는 게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 이어 12월 초·중순쯤 전 계열사에 걸친 대대적인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경영혁신에서 낙제점을 받은 인사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25일 윤순봉(사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일류화 추진단장에, 정유성 삼성전자 부사장을 삼성석유화학 사장에 내정하는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소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그룹의 인사·감사 라인을 송두리째 바꾸고,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 LCD 사업라인을 모조리 경질한 이후 세 번째 ‘깜짝’ 인사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은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이래 17년 만에 처음으로 전반적인 경영진단을 해 혁신과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윤 사장을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료원은 현 의료원 체제를 벗어나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등 3개 병원이 독립 운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현 이종철 의료원장은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의료원 감사결과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고,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인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17년 전에는 삼성의료원이 명실상부한 1등이었지만 현재는 다른 병원들의 수준이 높아서 우리가 압도적 1위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시 모든 분야에서 의료계를 명실상부하게 이끄는 병원으로 재도약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삼성병원 관계자는 “감사결과 삼성암센터에서 폐암만 1등이고 나머지 암치료는 모두 다른 병원에 뒤진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분석 결과가 집중 거론됐다”며 “삼성의료원이 조직은 비대해진 반면 1등이 없다는 점이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새로 옮긴 자리는 병원장 아래이지만 삼성병원을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사장 취임 후 병원 경영진뿐 아니라 보직 교수까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사장은 삼성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신경영연구실에 근무하며 이 회장의 ‘신경영’을 이론적으로 적립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미래 사업 전략의 중요한 한 축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사업 분야의 최첨단인 삼성병원을 새롭게 도약시키기 위해 윤 사장을 낙점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