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급등락 거듭… 소비자들 혼란 가중

입력 2011-10-25 21:33


서울 공덕동에 사는 주부 이미정(35)씨는 24일 집 근처 시장에 들렀다. 배추 한 포기에 1500원인 것을 보고 값이 싸서 좋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1년 전 포기당 1만원을 훌쩍 넘어 김장을 못 하고 포장김치를 사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씨는 “작년에 배춧값이 너무 비싸 할인행사를 하는 대형마트에 가서 새벽부터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며 “농산물이라 작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지만 1년 새 너무 벌어지니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배추, 삼겹살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종잡을 수 없이 등락을 거듭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5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배추(고랭지 상품)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2208원으로 1년 전 6673원에 비해 67% 떨어졌다. 1㎏ 도매가는 5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54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배추 가격이 급락한 건 8월 이후 날씨가 좋았고 태풍이나 병충해 피해가 거의 없어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가을배추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23% 늘어난 146만2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가격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배추 가격은 전체 배추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가을배추의 작황 결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잦은 기후변화로 수급불안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요인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해 품종별로 적절한 재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관계자는 “밭떼기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산지 유통인의 법인화율이 현재 2.3%에 그치고 있다”며 “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정부의 수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여파로 가격이 치솟아 ‘금겹살’로 불리던 삼겹살도 폭락을 우려할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이달 삼겹살(1㎏) 도매가는 1만2696원으로 지난 6월 2만원에 비해 36.5% 하락했다. 대형마트에서 올 6∼7월 100g당 2280원까지 올랐던 가격은 최근 1600원대로 30% 가량 내렸다. 구제역 이후 국내산 돼지고기가 정상적으로 출하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가격 급등을 우려해 수입물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냉장삼겹살의 적정 수입량은 월 1000여t 수준인데 8월에만 2800여t이 수입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구제역 종료 후 입식된 돼지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10∼11월에는 가격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