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하마’ 백화점… 납품업체 매출 절반 ‘꿀꺽’
입력 2011-10-25 18:20
백화점에 입점한 중소 납품업체들이 판매수수료와 각종 추가비용으로 매출액의 50%까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세일 판촉비는 물론 고객용 사은품 제공, 상품권 구매 등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촉비·인건비·인테리어비로 연간 5억 넘게 부담=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백화점에 납품하는 73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중소업체들이 평균 31.8%의 판매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세부 품목별로는 잡화의 경우 최고 수수료율이 40%에 달했다. 셔츠·넥타이, 남녀 정장 등 수수료율도 평균 35%를 넘나들었다. 지난 18일 공개된 해외 명품브랜드에 대한 판매수수료율(15% 수준)의 2배가 넘는 셈이다.
중소업체가 져야 하는 ‘짐’은 판매수수료뿐만이 아니었다. 중소업체는 대부분 백화점들과 입점 계약 시 각 매장에 판촉사원 3∼5명을 의무적으로 파견할 것을 요구받고, 이를 어기면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응답했다. 백화점들은 고객이 많은 휴일 기준으로 책정된 판촉사원 수를 평일에도 유지하도록 해 인건비 부담을 키웠다. 공정위는 각 업체 응답을 분석한 결과 중소업체가 판촉사원 인건비로 연간 4억1000만원(응답 업체 연평균 매출액의 10% 수준)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테리어비도 업체 1곳당 한 백화점 매장에서 연간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8억원까지 부담했다. 연평균 부담액은 1억2000만원(매출액의 5% 수준)에 달했다. 연 매출액의 29.5%에 달하는 인테리어비를 냈다는 주방용품업체도 있었다. 바닥공사나 천장조명 등 기초공사 비용까지 떠안은 사례도 있었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32% 수준의 판매수수료에 판촉사원 인건비(10%), 인테리어비(5%) 등을 모두 합치면 중소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 매출액의 47%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공연티켓, 과일바구니, 와인 등 판촉비까지 부담=계약상 비용 외에 중소 납품업체가 부정기적으로 내는 추가 비용도 많았다. 업체 상당수가 백화점의 세일 행사 때 판촉비는 물론 고객 사은품으로 증정할 공연 티켓, 과일바구니, 와인, 자사 제품 등을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상품권 구매를 강요하는가 하면 가매출(실제 상품 매출은 없는데 장부상으로 매출이 있는 것처럼 하는 불법행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 국장은 “가매출과 같이 법 위반 여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곳곳에 있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소 납품업체들의 비용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수수료 인하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 국장은 “2008년 한 백화점에서 입수한 내부 자료를 보면 판매수수료율이 2.7% 포인트 인상되니 납품업체의 이익은 그 두 배 이상 줄어들었다”면서 “독과점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