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길 놔두고 돌아가면 퀵서비스 아니죠” 車전용도로 목숨건 질주

입력 2011-10-25 18:19

서울시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와 이를 쫓는 경찰의 추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 경찰에 적발된 오토바이는 379대에 이른다. 대부분 퀵서비스 기사다.

퀵서비스 기사 이모(40)씨는 지난 18일 오후 1시50분쯤 급히 서류를 배달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여의도 증권거래소까지 250㏄ 오토바이를 몰았다. 노들길을 타면 시간을 20분 정도 아낄 수 있다. 이씨는 노들길 입구에서 오토바이 진입제한 표지판을 봤지만 ‘설마 잡힐까’ 하는 생각에 진입했다가 단속에 걸려 동작경찰서에 입건됐다. 지난 1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퀵서비스 기사 이모(49)씨가 단속됐다.

그러나 시간이 생명인 퀵서비스 기사들은 쉽게 자동차 전용도로를 포기할 수 없다. 시내 일반도로보다 배송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현우 퀵기사협회 회장은 25일 “퀵서비스는 시간이 생명인데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면 ‘퀵’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퀵서비스 기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은 한강대교 남단 고가차도에서 양화교에 이르는 8㎞”라며 “이 구간을 이용하면 강남역에서 여의도까지 25분 만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계속되는 고유가도 자동차전용도로 이용을 부추긴다. 퀵서비스 기사 박진범(41)씨는 “운송료를 건당 1만원 정도 받는데 이 돈을 길에서 기름값으로 흘리고 있을 순 없다”며 “요즘같이 고유가가 지속되는 시기엔 1㎞라도 짧은 길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오토바이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경찰은 도시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순찰차 10대와 서울지방경찰청 순찰대 소속 사이카 20여대를 투입했다. 15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진·출입로를 관할하는 22개 경찰서도 함께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적발된 퀵서비스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하고 최대 3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등 엄단할 계획이다. 특히 주행 중인 오토바이 단속은 위험하기 때문에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로에서부터 오토바이 출입을 원천봉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80∼100㎞에 이르고 신호등도 없어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28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다쳤다. 서울시내 자동차 전용도로는 올림픽대로 하일동∼행주대교 등 13개 구간 176.7㎞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