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안나오게 겁좀 줘라” 공소장으로 본 피죤회장 청부폭행 전말
입력 2011-10-25 19:58
피죤 창업자 이윤재(77) 회장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회사 전 대표를 청부폭행하고 폭력배 도피자금을 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범죄를 재구성해 본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29일 서울 역삼동 피죤 회장실로 김모(49) 남부영업본부장을 불러 은밀한 지시를 내렸다. “이은욱 전 피죤 사장과 김모 전 상무에게 겁을 주든지 괴롭혀서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 이 회장은 9월 2일 오후 10시45분쯤 김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해결하라”고 재차 독촉했다. 지난 6월 사장 취임 4개월 만에 해고된 이 전 사장이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에 제보해 이 회장에 대한 일부 비난성 기사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김 본부장은 다음 날 ‘무등산파’ 행동대원 오모(41)씨를 만나 “회장님이 이 전 사장에게 겁을 줘 회사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하란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오씨는 “대포폰도 마련하고, 애들도 준비시켜야 한다”며 3억원을 요구했지만, 김 본부장은 1억5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오씨는 이틀 후 무등산파 후배 김모(33)씨에게 이 전 사장의 사진과 주소를 주면서 ‘작업’을 지시했다. “믿을 만한 동생 한두 명을 불러서 일을 보되 야구방망이 같은 것은 사용하지 말고 손과 발로 때리라”는 내용이었다. 당일 밤 김씨 등 3명은 서울 삼성동 이 전 사장 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귀가하던 이 전 사장을 마구 때렸다. 오씨는 폭행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잠수’를 타기로 하고, 김 본부장에게 도피자금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이 회장에게 “애들이 피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보고해 13일 오후 양재동 시민의숲 주차장에서 이 회장의 운전기사로부터 현금 1억5000만원을 건네받은 뒤 경기도 용인시 오씨 자택으로 찾아가 이를 전달했다. 오씨는 여전히 도주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오인서)는 25일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김 본부장을 구속 기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