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이름 漢字로 못쓰는 부모들

입력 2011-10-25 17:41

우리나라에서 ‘한맹(漢盲)’은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한자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면 ‘컴맹’으로 손가락질 받고, 영어 스펙을 쌓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한맹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한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과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이 서울에 사는 30∼80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자녀의 한자 이름을 써보게 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47.8%인 204명이 한자를 틀리게 썼다고 한다. 또 129명(30.2%)은 아예 한 글자도 쓰지 못했으며, 자신의 성(姓)을 적지 못한 사람도 상당수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한자 사용이 부정확한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한심한 결과가 나온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교육에 있다. 1970년대에 시행된 한글전용 세대가 성인층을 형성하면서 사회전반의 한자해독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한맹은 고등교육을 받은 계층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대학 신입생 가운데 ‘新入生’을 쓸 줄 아는 학생이 29%에 그치고, 경기도 공무원 6명 가운데 1명은 ‘京畿道’라는 한자를 쓰지 못하더라는 보고도 있었다.

해법은 국민들의 의식에 달렸다. 한자를 익히는 것이 개인의 지적 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한글 발음으로만 익히면 단어가 가진 인식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한다. 말을 하면서도 뜻이 제대로 전달되거나 해독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큰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어권 전체로 보면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자를 외국어로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말의 70%가 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사용된 한자는 국어나 다름없다는 점을 알면 어느 계층이든 한자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중화권 교역량이 전체의 30%에 이른다거나, 한자 사용인구가 15억∼20억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부차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