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박근혜, 羅후보와 남대문까지 걸으며 유세

입력 2011-10-26 00:31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갑작스레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맞은 같은 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찾아가 손을 맞잡았다. 지난 13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공식선거운동 첫발을 내디뎠던 두 사람이 마지막 날도 함께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나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정말 애 많이 썼다”며 “대규모 유세보다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민들의 얘기를 듣고 호흡을 같이한 것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박 전 대표는 “책임 정치가 되려면 정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당정치는 민주주의 실현에 굉장히 중요한 뿌리”라며 우회적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나 후보가 이번에 꼭 당선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시민들이 안타까운 얘기를 많이 하던데 꼭 당선돼서 잘 해결해 주길 부탁한다”며 회색 수첩 한 권을 꺼내들었다. 선거 지원 기간 서울 곳곳을 다니며 들은 시민들의 애로사항과 정책건의 11건을 장소, 일자와 함께 빼곡히 기록한 것이다. 수첩에는 노숙인 보호시설 운영 및 직원 처우 개선 문제(16일 용산 다시서기센터 ○신부), 상가 이전 보상금이 30년 전 보증금 1500만원 수준으로 부당함(18일 소공동 지하상가 상인), 보건소에서 2~3세까지 주사를 맞혀주는데 보건소뿐 아니라 동네 병원에서 맞힐 수 있으면 좋겠음(23일 상계동 주부) 등이 적혀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수첩을 한장 한장 넘기며 읽은 뒤 관련된 정책을 내놨고, 나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두 사람은 이후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가 서울광장을 거쳐 남대문 인근까지 30분쯤 같이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후에 강남역 일대에서 다시 합류한 박 전 대표와 나 후보는 팔짱까지 끼고 도보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다”고 나 후보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으로 13일간의 선거 지원을 마무리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녁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트위터에 선거 지원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그는 트위터에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새로운 정치는 정치의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하고, 그래야만 희망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첩공주’라는 별명으로 페이스북 계정도 만들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