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 아들·딸들… 역시 피는 못속여

입력 2011-10-25 17:31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던가. 지난 17일부터 6일간 펼쳐졌던 서울패션위크에선 디자이너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돕는 딸과 아들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첫날 두 번째 무대에서 새로운 브랜드 빅 박(BIG PARK)을 선보였던 박윤수씨는 쇼 리허설 때부터 딸 둘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박씨는 “이번 쇼에서 호랑이 등 텍스타일 디자인은 소정이가, 컨셉트와 스타일링은 소영이가 맡아했다”고 자랑했다. 영국 런던에서 큰딸 소영씨는 가방 디자인, 둘째딸 소정씨는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한 뒤 현지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다른 회사에 각각 다니면서 박씨를 돕고 있다. 박씨는 “패션은 결국 ‘젊은 감각’인데 두 딸의 젊음이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 9월 가진 런던 패션쇼는 딸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문영희씨도 17일 쇼를 끝낸 뒤 “아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여성복 디자이너인 문씨는 이날 10벌의 남성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실은 아들 김무홍씨 작품이었다고. 문씨는 아들에게 피날레에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한사코 사양했다고 전했다. 무홍씨는 영국 워릭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를 받은 정치학도였으나 최근 진로를 바꿔 문씨의 국내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 재단과 바느질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일주일간 속성으로 가르쳐 줬더니 떡 하니 본인 옷을 만들어 입고 나타나더란다. 그리고 하는 말이 “엄마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아!”였다고.

여성복컬렉션 마지막 무대(20일 오후 7시)였던 이상봉씨의 쇼는 해외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이 다른 쇼보다 훨씬 편하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명도가 높아 많은 관람객이 몰렸으나 영국에서 남성복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아들 청청씨가 직접 이들을 안내한 덕분이었다. 청청씨는 이씨의 해외활동이 확대되면서 올해 4월 귀국해 해외패션팀장을 맡고 있다.

이씨는 “아들이 곁에서 도와주니 힘도 되고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아들뿐만 아니라 딸 나나씨도 이씨를 돕고 있다. 대학원에서 패션경영을 전공한 나나씨는 미국 뉴욕에서 갤러리와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를 밝히길 원하지 않는 패션디자이너들이라 자녀들의 나이도 함구했다. 자녀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였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총 13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61개의 런웨이쇼가 펼쳐졌으며, 69개 브랜드는 패션페어에 참여했다. 보그 이태리, 미국 페이퍼매거진 등의 패션전문기자 59명, 파리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편집매장 콜레트의 대표 사라 콜레트, 파리 유명 백화점 봉 마르쉐의 바이어 제랄드 테손 등 해외 바이어 158명이 참가해 한국패션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국내에서도 패션기자 1347명, 바이어 99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체 관람객은 총 8만6000여명으로 지난 춘계 서울패션위크에 비해 3000여명이 증가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