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011년 초 첫 고졸 채용… 고용 패러다임 바꿨다
입력 2011-10-25 22:20
反월가 정서 막자… 양극화 해소나선 금융권 <1>은행의 학력차별 해소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반(反)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하면서 국내 금융권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업계의 과도한 수수료·이자 수익과 고액연봉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금융권은 “일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해가 없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판 ‘반월가 정서’가 금융권에 대한 불신에서 온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서민의 돈으로 운영되면서 정작 서민을 홀대하고 있다는 반감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카드·보험사들이 서민 금융기관으로 다가가고자 실천에 옮기고 있는 친서민, 양극화 해소 방안을 차례로 살펴본다.
금융권 중 은행업계는 반월가 시위를 전후해 가장 적극적으로 서민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학력차별 해소와 서민 우대상품 확대 등 조금씩 결실을 맺는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권이 주도한 고졸자 채용 열풍은 이미 한국 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고졸 채용으로 사회통합 앞장서는 은행들=지난 1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주요 기업 고졸자 채용규모는 금융권 400여명, 대기업 1만6000여명, 공공기관 600여명 등 1만7000여명에 이른다. 대졸 취업이 보편화된 이래 각 업체에서 고졸자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학력차별 바람은 사실상 은행들이 선도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업계 처음으로 교과부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고졸자 채용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4월에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8명을 채용했다. KB국민은행은 내년에도 전체 채용인원의 10%를 고졸자로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한은행은 9월 말까지 7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열린채용 및 고졸특별전형을 통해 3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매년 100명씩 총 300명 정도의 신입 행원을 고졸자로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도 9월 초 고졸자 85명을 채용한 뒤 연수를 끝내고 24일부터 업무에 투입했다.
외환은행은 이달 중순 창구직원 채용인원 115명 중 약 30%인 32명을 고졸 출신으로 채웠다. 한국씨티은행도 올해에는 계획이 없지만 내년에 고졸 채용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58명 외에 하반기에도 130여명의 고졸 사원을 받아들이기로 해 업계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단순히 고졸자를 채용하는 것 외에 이들의 관리도 체계적으로 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실시한 창구텔러 모집에서 총 130명 중 20명을 특성화고 출신으로 채용했으며 하반기 40명의 고졸 인력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고졸 신입행원의 사회생활 적응을 돕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졸 선배를 멘토로 지정해주는 ‘1대 1 멘토제’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문화에 고졸 행원들도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고졸로 채용돼 지난 7월부터 기업은행 인천 석암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지효영(18·여)씨는 “주변에서 많이 챙겨줘 어려움은 전혀 없다”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친숙하게 다가가는 은행 지점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하반기 채용 예정인 50명의 고졸 신입행원 전부를 정규직으로 하기로 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향후 3년간 은행권 고졸 채용인원 전체의 10% 넘을 듯=전국은행연합회는 18개 국내은행과 협의를 거쳐 고졸인력 채용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은행권 고졸인력 채용규모는 2700명을 넘어 전체 채용인원의 12%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은 우수 고졸 직원에 대해 취업과 학업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일정 근무기간이 경과하면 야간대학 진학 시 학자금을 지원하고,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는 등 인사관리 시스템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25일 “고졸인력 채용으로 은행은 조직의 효율성 제고가 기대되며 고졸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학력 인플레 해소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