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내 이라크 철군”… 아시아로 눈 돌린다

입력 2011-10-25 17:59

미국이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동에서 달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연내에 4만5000여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하겠다는 결정은 미국의 군사·외교전략이 중동 중심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우선순위=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제럴드 사이브는 24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시아 특히 중국을 겨냥해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아·태 지역의 중요성을 연이어 언급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 인근 요코다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미국은 이제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우리는 태평양 국가이며 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우선순위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최근 뉴욕 연설에서 “세계의 전략적 경제적 중심축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중국을 견제할 적기=미국이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아시아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국방예산 삭감과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미 의회는 향후 10년간 최소 450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감축할 예정이다. 두 개의 전쟁을 일단락 짓는 일이 급선무였던 미국으로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10년간의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리비아에서 지상군 파견 없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하면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계획에 대해 외교 실패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중동에서 핵심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관심은 중국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스텔스기인 젠-20을 비롯해 항공모함 바랴그호의 시험 항해까지 마쳤다. 중국의 영향력 강화는 대만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은 중국의 환율조작과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보복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WSJ는 내년 대선에서 중국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