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유로존에 경기침체 덮치나
입력 2011-10-26 00:34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프랑스 독일 등 부자나라로 전이돼 이들 국가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존 경기침체 오나=24일(현지시간) 영국 마켓 이코노믹스는 이달 유로존의 민간부문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7.2로 전월 49.1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전문가 예상치 48.8을 하회한 것이다. 수치가 50 이하이면 경기활동의 위축을 뜻한다. 마켓 측은 “경기후퇴로 다시 접어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존은 무너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리스 등 주변국 상황이 전이돼 유로존 경제의 50% 이상이나 차지하고, 유로권 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프랑스와 독일에서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PMI는 유로존 평균치보다 0.4포인트 낮은 46.8로 전월보다 3포인트나 떨어졌다. 독일은 51.2를 기록했으나 제조업 분야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으며 수출지수 역시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이에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은 2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의 전 예정됐던 재무장관회의가 취소되는 등 위기 해법을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시아도 ‘죽을 맛’=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이후 유로존 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아시아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서방 은행들이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시장에서 10조 달러를 조달할 때 연 4.443%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는데, 10년 만기 미 국채보다 약 2.5% 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보다도 1% 포인트가량 높았다. 홍콩 등지 은행들은 달러 공급이 위축되면서 갈수록 높은 차입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FT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은행들이 쌓아온 충분한 외환보유고, 은행권의 건전한 자본 상태 등을 감안하면 뜻밖의 일”이라며 “아직 아시아 경제가 서방국가와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