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羅-朴 엎치락뒤치락 ‘숨가빴던 레이스’
입력 2011-10-25 18:25
‘오세훈의 고집’으로 빚어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안철수 돌풍’과 네거티브 공세로 선거 막판까지도 판세가 계속 엎치락뒤치락했다.
오 전 시장은 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결국 옷을 벗었고 이 때문에 느닷없이 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9월 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시장 출마 방침이 알려지면서 삽시간에 열기가 쭉 올라갔다. 그의 출마 소식에 가장 속을 태운 건 무소속 박원순 후보였다. 당초 느긋하게 출마선언을 하려던 박 후보는 진행 중이던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보다 서둘러 끝낸 채 산을 내려와 안 원장을 찾았다.
지난달 6일 안 원장의 ‘협찬’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박 후보는 5%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곧바로 50%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박 후보가 부상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초조해졌다. 박 후보를 입당시키려던 작전이 실패했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출마를 접었다. 이에 지난달 25일 급조된 경선을 치러 박영선 후보를 선출했다.
그러나 야권통합 경선에도 안풍(安風)이 불었다. 결국 지난 3일 경선에서 젊은층 유권자들의 대거 참여로 무소속 박 후보가 제1야당을 이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안철수 바람’에 민주당은 ‘손학규 사퇴 소동’을 빚었고 한나라당은 당 안팎에서 지지율이 제일 좋은 나경원 후보를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20%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나 후보를 여유 있게 이기는가 싶었다. 그러나 3일부터 13일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나라당이 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융단 폭격을 가하면서 판세가 변했다. 병역, 기부, 학력 문제에 이어 등산복 협찬 문제까지 불거지자 박 후보가 속수무책으로 흔들렸고 결국 이달 중순부터는 지지율이 접전 또는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박 후보 측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지난 17일부터 네거티브 총력전에 돌입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통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 후보 아버지 학교 문제와 주유비 과다 사용, 제일저축은행 연루 문제 등이 터져 나오면서 이번에는 나 후보가 휘청거렸다. 특히 지난 18일 나 후보가 1억원짜리 피부관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닥 민심이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안 원장이 24일 박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공식 표명함으로써 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빚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 원장 지지에 자극받은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