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나경원 승리 여당 정국 주도권 박원순 승리 시민세력 급부상
입력 2011-10-25 22:27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대선 판도 자체가 흔들리면서 정치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경원 후보가 승리할 경우=기존 정치질서의 틀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제도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던 시민사회 세력의 정치실험이 실패함에 따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후보 등을 중심으로 한 제3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됐다. 한나라당은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및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가능성이 차단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당 후보조차 내지 못한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손학규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강해지면서 당은 조기 전당대회 체제로 전환되고 당의 진로와 당권을 놓고 내부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도하는 ‘혁신과 통합’과의 통합 움직임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발(發) 정계개편이 촉발될 수도 있다.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경우=시민사회 세력이 대안세력으로 등장함으로써 기존 정치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갓 등장한 시민세력에 야당에 이어 여당마저 무릎을 꿇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 후보가 무소속 잔류를 고집할 경우 야권의 중심축이 시민세력으로 이동하면서 당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또 박 후보와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 정당이 출현하고 내년 총선에서 야권 연합공천 요구가 거세질 경우 제3 정당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권은 선거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당은 ‘대통령 사저 논란’을 거론하며 청와대 비서진 전면 개편론을 제기할 수 있다. 지도부 리더십을 놓고도 ‘대안부재론’과 ‘비대위 체제 전환’ 등 상반된 목소리가 충돌할 개연성이 있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필패론이 커져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대선주자들도 영향=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입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후보가 이길 경우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의 등장으로 받은 타격을 만회하고 ‘대세론’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5일 “선거에서 지면 박 전 대표로도 내년 대선이 힘들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면서 대안 찾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박 후보 승리는 ‘안철수의 승리’로 여겨지면서 안 원장은 유력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당내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일단 대권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견해가 더 많다. 문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결과에 따라 위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