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 대상 줄이고, 금감원 퇴직후 취업 완화하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결국 후퇴
입력 2011-10-25 22:36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크게 후퇴해 정부의 공정사회 구현의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재산등록 대상자 범위를 금융감독원 4급 이상 직원, 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 2급 이상 직원으로 한정했다. 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계약·검수, 방위력 개선·군사시설, 군사법원 및 군 검찰·수사·감찰 업무 부서 등에 근무하는 5급 공무원, 중령인 군인, 3급 군무원 등으로 국한시켰다.
당초 입법예고안에는 소령 이상 모든 군인과 예산회계·군사시설·군수품관리·방위력개선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6∼7급 공무원, 4∼5급 군무원, 상사, 원사, 준위 등이 포함됐었다. 당시 국방부는 방위사업청 비리 등을 감안해 군 관계자의 재산등록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간 중 방사청이 재산등록 범위 축소를 끈질기게 요구했고, 결국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게다가 행안부는 금감원 경력직 직원에 대해서는 퇴직 후 취업승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업무 관련성이 있어도 취업승인을 쉽게 허가해 주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의 경력직 직원은 전체 1600여명중 200여명으로 일반 직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핵심인력들이다. 이들은 처음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뒤엔 사실상 일반직 직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퇴직 후 취업승인이 엄격히 적용될 경우 경력직 채용에 애로가 많아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금융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50억원 이상인 세무법인을 올해부터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금감원 경력직 직원의 취업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되면서 이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