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구타 만연한 전·의경 폐지해야”

입력 2011-10-25 22:35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고 직업경찰관으로 대체할 것을 경찰청장 등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선임 의경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다 혈액암이 발병해 사망한 박모 의경이 속한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부대 등 3개 부대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숨진 박 의경은 2009년 5∼12월 시위진압용 버스를 비롯해 내무반, 행정반 사무실 등지에서 26차례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 일부 선임 의경은 목재 상황판으로 후임 의경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들은 ‘점심 먹는 속도가 느리다’ ‘식판을 깨끗하게 닦지 않는다’ ‘훈련 기간 중 면회·외출을 나간다’는 등 갖은 이유로 후임을 폭행했다.

박 의경은 같은 해 7월 시위대와 경찰의 극한 대치상황에서 폭력과 대규모 연행사태가 빚어졌던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시위 현장에도 투입됐다. 당시 파업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전·의경 버스 안에서 폭행이 있었다. 박 의경을 포함한 후임 여러 명은 버스 안에서 대기하던 중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한다며 선임에게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을 서너 차례 맞았다.

경찰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진압봉과 고춧가루 스프레이, 방패, 전자충격기까지 사용해 과잉진압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경찰과 시위대가 다치고 수십명이 연행돼 10여명이 구속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집회 현장에서 전·의경 사이에 발생한 폭력은 시위대를 향해 분출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지휘부가 알면서도 묵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2007년과 2008년 ‘전·의경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 제도 개선 권고’ 이후 경찰청의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고 내용이 철저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궁극적으로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고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청은 전·의경을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전·의경을 하루빨리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해가는 것이 옳으며 이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8년부터 전·의경 1만8000여명을 감축했고 대신 경찰관 4800여명을 충원해 경찰관 기동대를 늘렸다. 관계부처 합의로 내년부터 전경 제도는 없어지고 의경은 2015년까지 유지된다.

최승욱 천지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