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에스푸협정 따라 年 100여건 사업 TEIA 적용

입력 2011-10-25 22:09


러시아 독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해 연안 국가들은 1990년대 말부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 매설계획을 타진했다. 타당성 검토 결과 발트해를 경유해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이 개발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이 노선에는 자연보호구역과 화학물질·폭발물 폐기장이 있었다. 가스관은 또 물고기 산란장, 어업구역, 관광지를 관통하게 돼 있었다. 이는 에스푸협정에 따라 TEIA가 필수적인 사업이다.

2005년 ‘노르드 스트림’이라고 명명된 이 사업의 추진이 결정되면서 러시아는 협정 가입국은 아니지만 서명국가로서 개발추진국(Party of Origin) 지위를 떠맡기로 했다. 2006년 11월 발트해 연안국들에 개발사업 정보가 통보됨으로써 TEIA 절차가 시작됐다. 러시아뿐 아니라 독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개발추진국이 됐다.

이들은 가스관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영해를 통과하는 나라로서 가스를 공급받는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발트해 연안 국가가 영향을 받는 나라가 됐다.

에스푸협정 안에서 TEIA는 보통 1년 안에 모든 과정이 완료되지만 노르드 스트림은 3년이나 걸렸다. 2009년 10월 당사국별로 사업계획이 승인되기 시작했다. 2010년 10월 가스관이 해저에 매설되기 시작했고, 2012년까지 1·2차 구간이 완공될 예정이다.

80년대 초반 대부분 유럽 국가에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규가 제정된 데 이어 유엔환경계획의 전문가들이 87년 TEIA 개념을 상세히 규정했다.

유럽 국가들은 TEIA를 시행할 기본협정을 추진키로 하고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안에 사무국을 설치했다. 이후 3∼4년간 국가간 협상과 우여곡절 끝에 91년 2월 25일 핀란드의 에스푸라는 도시에서 에스푸협정이 채택됐다.

6년 후인 97년 16개국이 비준하면서 협정은 발효됐다. TEIA 도입 움직임이 가사화된 이후 10년이 넘게 걸려 TEIA가 실행된 셈이다.

에스푸협정 사무국에 따르면 현재 가입국은 45개국이다. 협정이 발효된 이후 발전소, 광산 및 국경을 넘는 도로, 철도, 송유관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 800여건이 TEIA를 받았다. 초기에는 TEIA 적용대상 사업이 연간 10건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연간 100건에 육박한다.

회원국들이 TEIA에 친숙해지면서 유용하다는 점을 깨닫고 더 많은 사업에 적용하면서 TEIA는 활성화됐다. 개발사업이 증가했고, 비정부기구와 시민사회의 환경감시 역할이 활발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에스푸협정 사무국 샌드라 루자 담당관은 “에스푸협정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지만 국가마다 다른 환경영향평가 시스템의 차이에는 융통성있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에스푸 협정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회원국 간 협력을 증진하지만 각국의 주권, 즉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나라의 의사결정권은 존중한다. 게다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다른 나라의 정부와 주민들로부터 더 많은 객관적 정보를 얻다보니 더 훌륭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환경기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어 시행착오의 위험이 줄어든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