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라] 낙태와 낙태
입력 2011-10-25 10:03
[미션라이프] 만일 당신이 지금 혹시라도 낙태를 생각하고 있다면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이 책을 읽어라. 한 귀중한 인생의 운명이 뒤바꿔 질 것이다. 혹 당신이 생명에 대한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라면,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올바른 임신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줄 부모라면, 10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 교육자라면 역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당신이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 지지자이건, 낙태와 관련해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프로초이스’ 지지자이건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누군가 당신에게 눈물 흘리며 낙태에 대한 상담을 하러 온다면 이 책을 건네시라.
이 책은 서울 마포구에서 아이온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심상덕 원장이 쓴 낙태에 관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현직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에 관한 책을 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행히도 그것이 우리사회 분위기다. 지난 2009년 11월 일단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반대와 의사로서 불법 낙태시술을 하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겠다는 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심 원장은 고발의 주체였던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의 대표. 당시 그는 “불법 낙태시술을 막는 것과 함께 우리 사회가 낙태, 즉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논의를 해보자는 뜻에서 낙태반대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심 원장은 수년 전 까지 낙태수술을 했다. 그러다 ‘내가 정말 이런 끔찍한 수술을 해야만 하는 건가’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낙태를 줄이기 위해 의사 스스로 낙태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확신 하에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이 책에는 심 원장이 낙태에 관한 각종 내용을 400자로 정리한 200여 편의 글들이 들어 있다. 낙태란 용어 정리와 국내외 낙태 실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시술을 하는 이유, 기혼 여성의 낙태 사유, 경제 수준과 낙태의 관련성 등 우리가 낙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출판사측은 이 책이 산부인과 의사가 쓴 낙태에 관한 국내 최초의 보고서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낙태 반대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다. 그럼에도 ‘낙태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여성의 인권을 위하여’‘낙태로 얻는 이득과 낙태를 하지 않아서 얻는 이득의 비교’ 등 ‘프로초이스’적인 관점들도 들어 있다. 낙태란 문제를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연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저자에게 경의를 보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한민국은 낙태공화국’이라는 말은 진실에 가깝다. ‘낙태의 포기가 밥벌이의 포기가 된 나라’란 제목의 글에는 어려운 병원 형편 때문에 낙태 시술을 접수하는 환자를 보고 반가워하는 ‘슬픈 선배 의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상당수의 태아가 낙태로부터 구조될 수 있는 기회, 상당수의 여성이 낙태를 권리로 착각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추천사를 쓴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 김현철 목사는 “이 책은 낙태와 관련해 떠올릴만한 모든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내용을 저자의 필력으로 간단하고 명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이 책은 눈으로 글자를 읽는 책이 아니다. 마음으로 느끼며 행동하게 하는 책이다. 김 목사 말대로 책을 읽다보면 생명을 향한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책 제목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태아를 버리는 낙태(落胎)와 기쁘게 태아를 받는 낙태(樂胎·락태)가 날카롭게 비교된다. ‘낙태와 낙태’란 제목 속에는 개인과 사회를 향해 “당신은 태아를 죽이겠는가?, 아니면 기쁘게 받겠는가?”라는 저자의 심각한 외침이 들어 있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실 일이 아닌가. 좋은 책이다(푸른솔출판사:02-715-2493).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