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남미 첫 재선 여성대통령

입력 2011-10-24 21:35

‘제2의 에바 페론’으로 불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하며 남미에서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여성 대통령이 됐다. 페르난데스의 이번 승리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함께 남미 정치무대에서 부는 여풍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3%를 득표해 17%를 얻은 사회주의 계열 진보주의확대전선의 에르메스 비네르 산타페 주지사를 누르며 당선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군부통치가 종식되고 민정이 회복된 1983년 이후 진행된 선거 가운데 최대 득표다. 아르헨티나 선거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2위와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당선이 확정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현 정부의) 프로젝트들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역시 경제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전 세계가 재정적자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재정긴축안을 채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간 연금펀드를 국유화하고 중앙은행을 통해 정부지출을 늘렸다. 집권 정의당은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의 권익 보호로 대표되는 ‘페론주의’ 경제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높은 곡물가와 중국으로의 농산물 수출 호조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2%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남미에서 가장 높은 8%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10월 27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기일을 앞두고 동정론도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31일로 당선 1주년을 맞이하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터진 측근들의 비리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71%라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