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정신 계승한 프로그램에 ‘절 수련’ ‘사주 과제물’… 안양대 교수·학생 “건학의 근간 훼손” 반발

입력 2011-10-24 20:57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안양대학교(총장 김승태)가 타종교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수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각자 처한 곳에서 노사갈등·빈부·부정부패 해결에 앞장서자’는 기독교 정신을 취지로 1980년대부터 안양대에서 시작한 한구석밝히기운동. 그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아리코스(아름다운 리더십 코스)에서 최근 불교의 108배를 변형한 100배를 소개하거나 사주 봐오기 과제물을 내는 등 기독교 정신과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프로그램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한구석밝히기운동 모 임원과 안양대 모 임원은 불교계 인사로 당장 보직을 사퇴하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학교 신학대생 A씨는 “자기를 찾자는 명분 하에 절을 하고 사주를 봐오는 것은 예장 대신 전통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을 모태로 성장해 온 안양대는 지금도 신학과 학생들이 예장 대신 소속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있다.

이 학교 B교수도 지난달 중국 소림사 방장 초청특강을 예로 들며 “이날 행사는 불교의 승려가 불교를 알리고자 진행한 특강이었다”며 “기독교 정신을 전혀 모르는 타종교인을 강사로 불러와 기독교 정신으로 시작한 한구석밝히기운동을 훼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지난달부터 ‘불교 프로그램 중단’과 ‘불교계 인사 퇴출’을 요구하며 매일 기도회를 열고 있다. 25일엔 동문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안양대 측은 “호흡법, 침묵산행, 죽음체험 등은 국내외 리더십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코스 운영은 안양대 교양학부 교수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불교 승려나 선사들이 강사로 참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두 임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불교적 신앙을 갖고 있다고 해서 건학정신이 훼손된다는 것은 무리”라며 “안양대는 기독교 관련 행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타종교 관련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양=글·사진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