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자산관리 연계 골드 미스 금융상품 봇물

입력 2011-10-24 18:47


프리랜서 기획자인 이성희(30·여)씨는 월 400만∼500만원을 벌지만 은행 거래만 하면 짜증부터 났다. 정기적인 급여가 없다 보니 급여이체 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매번 온갖 수수료를 모두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신한은행의 ‘민트 레이디’ 통장에 가입하면서 이런 고민을 모두 해결했다. 이 통장은 3개월간 20만원의 공과금을 이체하거나 카드를 월 20만원 이상만 사용하면 각종 수수료를 월 20회 면제해준다. 또 인터넷 쇼핑과 여행 상품 할인 등 여성 전용 맞춤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을 일컫는 이른바 ‘골드 미스’ 전용 상품이다.

사회적으로 골드미스가 늘어나면서 여성 전용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은행·보험·자산관리 등을 연계한 종합 패키지 상품들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보다 ‘싱글족’이 먼저 출현한 일본의 여성 전용 상품을 벤치마킹해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미스 전용 상품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일본이다. 1999년부터 10년간 일본 독신 남성의 가처분 소득은 20대가 22만5959엔(336만4900원)에서 21만5515엔으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독신 여성은 20대의 경우 같은 기간 19만4343엔에서 21만8156엔으로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독신 여성의 주택구입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일본은행은 여성 전용 상품은 물론 최근에는 여성 전용 주택담보대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일하는 여성을 응원한다’는 모토 아래 33㎡(10평) 이하 초소형 주택 대출도 가능토록 한 ‘우먼 플러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다이시은행은 배관 고장 등 생활 장애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운 독신 여성을 위해 각종 사고를 처리해주는 ‘하우스 서포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준다.

이처럼 일본은행들의 골드미스 전용 상품은 대부분 여성의 라이프 사이클에 철저히 맞춰 설계됐다. 신한은행 기업문화팀 장미화 연구원은 “목돈이 생기면 먼저 빚을 갚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대부분 면제해주고, 가격 할인보다는 레스토랑 상품권 등 ‘덤’을 더 챙겨주는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도 종합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골드미스 모시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예·적금과 신용카드, 대출까지 가능한 여성 전용 복합금융상품인 ‘체리 통장’을 판매 중이다. 농협의 ‘채움레이디패키지’는 여기에 성형수술 및 부인과 질환 리스크 보장을 위한 공제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적으로 평생 독신을 고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추후 결혼에 대비해 각종 서비스 조건을 전환할 수 있는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