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또 반성문… 조폭 난투극 방관 장례식장과 유착 ‘구악에 발목’
입력 2011-10-24 18:33
검찰과 수사권 쟁탈전 2라운드에 돌입한 경찰이 ‘조직폭력배 난투극 방관’과 ‘변사체 장사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도 경찰의 날(21일)에 불거져 잔칫상에 스스로 재를 뿌린 꼴이 됐다. 조현오(사진) 경찰청장은 해당 지방경찰청과 본청 수뇌부에까지 지휘책임을 묻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청장은 24일 “그동안 부패 척결에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고 할 말이 없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인천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벌어진 조직폭력배 유혈 난투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축소·허위 보고한 책임을 물어 인천경찰청장과 차장, 경찰청 수사국장과 형사과장 등을 감찰하고 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은 조폭 130여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살벌한 현장을 수수방관했다. 상부에 보고도 제대로 안 해 조 청장은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실상을 파악했다. 조 청장은 “조폭끼리 우발적으로 충돌한 정도로 보고를 받았는데 TV를 보고 칼부림이 벌어졌음을 알게 됐다”며 “현장에서 적극 대처하지 않고 적당히 덮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패싸움을 벌인 조폭 중 24명을 검거했으며 크라운파 이모(34)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신간석파 김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조폭전담 수사팀을 편성, 연말까지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내 경찰서 4∼5곳의 경찰관 수십명이 대림동의 한 장례식장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변사 시신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이 내부비리 합동조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서울경찰청은 관할 31개 경찰서의 변사체 처리 절차를 일제 점검키로 했다. 서울시내 모든 병원의 최근 3년간 변사자 자료를 분석해 특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나 금품거래 의혹이 발견되면 즉각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달 초부터 검사의 지휘에 관한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제정을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경찰은 명실상부한 수사의 한 주체가 됐다”고 말해 힘을 실어줬는데, 뒤이은 악재 2건이 한껏 고무된 경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천지우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