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것 나누며 세상과 어깨동무… 서울대 공대생 사회봉사센터 설립 기술봉사 나선다

입력 2011-10-24 22:01


서울대 공과대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봉사에 나선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작은 기술이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땔감이 없어 고통받는 인도 여성들에게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기구로 도움을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여러 이론을 응용해 ‘따뜻한 기술’을 개발하고 주위에 나눠줌으로써 봉사의 참의미를 깨닫자는 취지다.

서울대 공대는 사회봉사센터 ‘공헌’을 만들고 다음 달부터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센터장인 화학생물공학부 윤제용 교수는 “공대생이 연구와 공부에만 몰두하면 남을 돕는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면서 “봉사를 통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기 위해 공헌을 설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헌의 프로그램은 농촌봉사 등의 일반봉사와 공대에서 개발한 각종 기술을 이용하는 전문봉사로 나뉜다. 공헌은 공대생의 봉사단체답게 저소득층이나 소외된 농·산·어촌 주민을 위한 전문봉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문봉사 프로그램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와 제자들의 ‘빗물 봉사’가 대표적이다. 한 교수는 2007년부터 지하수가 오염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 빗물을 모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정화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이 장치는 지붕에 빗물받이를 만들고 자체 개발한 여과기를 통해 수조로 물을 보내 저장한다. 여과기는 매우 촘촘한 철망으로 만들어져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단순한 원리지만 깨끗한 물이 없어 고통을 겪는 지역에서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윤 교수팀은 태양에너지를 이용, 물을 전기분해한 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봉사에 나설 계획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물 속 염소 이온이 분해돼 자연스레 소독제 기능을 한다. 물 속 병원균도 함께 제거된다. 이 기술은 물이 부족한 국내 산간지역이나 지하수가 오염된 농촌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학부 학생들은 집이 없는 빈민에게 집을 지어 주는 ‘해비타트’ 운동과 같은 ‘사랑의 집 짓기’를 하고 있다. 전기가 안 들어가는 오지 주민을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청취가 가능한 라디오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학생들의 기대도 높다. 공대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누리센터에서 체험학습 활동이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에어로켓 발사와 건축모형 설계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는 관악구와 손잡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학실험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공헌의 손진호(24) 부회장은 “교수님과 좋은 연구를 많이 해 우리의 지식과 기술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공헌은 기술 개발에 큰돈이 들 경우 외부 후원 업체를 찾아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우일 공대 학장은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점을 연계하거나 연구비, 장학금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